[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올해 프로야구 1군 리그에 첫발을 내딛은 NC 다이노스가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1년 겨울 한국야구위원회(KBO) 당시 이사회는 NC를 9구단으로 받을 것인지를 놓고 회의를 벌였다. 당시 일부 팀을 중심으로 "신생팀이 3할에도 못 미치는 승률을 기록한다면 프로야구 전체의 인기가 함께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NC는 이같은 우려 속에 9구단으로 확정됐고 지난해 출범했다.
하지만 올해 NC는 3할은 물론 4할마저 넘는 성적으로 기존 구단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후반기 NC의 성적은 5할5푼에 달한다. 팀 평균자책점 등 세부 지표도 대부분 좋다. 타율은 다소 낮지만 마운드가 안정되고 김경문 감독 특유의 '빠른야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나성범(왼쪽), 권희동. (사진제공=NC다이노스)
◇잠재력을 드러낸 신인들
김경문 NC 감독은 두산 감독으로 재직하던 당시 '화수분 야구'로 불릴만큼 많은 유망주를 키우면서 팀을 상위권에 안착시켰다.
주전 선수가 어려울 때면 백업 선수가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대다수 다른 구단과 다르게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오랜 시간동안 선두 다툼이 가능했던 주 요인이다.
NC는 신인선수 우선 지명권을 통해 우수한 신인을 다수 뽑았다. 반면 베테랑의 수는 적다. 잠재력은 풍부하지만 즉시전력이 빈약한, 신생 팀 고유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보면 단점을 보완하면서 장점을 살리고 있다.
팀내 홈런 선두는 FA로 입단한 주장 이호준이다. 12개의 홈런으로 현재 홈런순위 공동 9위에 있다. 그 뒤를 권희동과 나성범이 잇고 있다.
나성범과 권희동은 각각 지난 14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 상대 경기에서 1회와 3회에 중월 투런포와 좌월 스리런포를 성공시켰다. 이로써 신인 두 명이 10홈런 기록을 동시에 달성했다. 박석민(삼성)과 함께 공동 15위다.
예전 소속팀에서 활약을 펼치지 못하다 NC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중고 신인'의 활약상도 돋보인다.
2011시즌 후 2차 드래프트로 NC로 옮긴 이재학은 2010시즌 두산에서 16경기에서 23과 3분의1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5.01, 1승1패를 기록한 것이 1군 기록의 전부다. 하지만 올해 NC에서 19경기에 출전해서 '6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50'의 토종 에이스로 맹활약 중이다 .
지난 15일 경기에서 선두 삼성을 맞아 '7이닝 5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한 이재학은 팀의 첫 승과 첫 완봉승을 모두 가져가며 NC 구단의 역사를 쓰고 있다.
◇마운드 안정으로 실점 최소화
전반기 NC의 약점은 불펜이었다. 외국인 투수 3명이 있는 선발은 리그에서 최상급이었지만 계투진이 약했고 결국 선발이 잘 던져도 경기 후반인 7~9회 역전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급기야 선발 이재학을 불펜으로 돌리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학은 불펜 전환 이후 등판한 3경기에서 5이닝동안 5점을 실점했다. 결국 김 감독은 이재학을 선발로 복귀시키고 '베테랑' 손민한을 후반기부터 구원진으로 가동했다.
김 감독에겐 큰 모험이었지만 승부수는 적중했다. 손민한이 후반기 8경기에 계투로 등판해서 2승 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0.75의 성적을 낸 것이다. 게다가 손민한은 장시간 투구가 가능했다. 불펜 과부하도 크게 줄었다.
마운드의 약점이 사라지자 팀 평균자책점은 전반기 4.27(전체 4위)에서 후반기 2.87(전체 2위, 16일 현재)로 크게 낮아졌다.
실점이 낮아지자 승률은 올라갔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후반기 19경기에서 11승8패 승률 5할7푼9리를 기록했다. 후반기만 따지면 4위에 해당한다.
◇김종호가 지난 7월 17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도중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사진제공=NC다이노스)
◇각종 지표도 대폭 개선
그러면 부문별 기록은 어떨까?
16일 경기를 반영한 17일 현재 기록을 살피면 투수 부문에서는 ▲팀 평균자책점 4위(4.14) ▲경기당 팀 피안타 1위(8.431) 등이 눈에 띈다. 전반기 기록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다.
타자 부문은 다소 편차가 있다.
팀 타율과 팀 삼진은 각각 2할5푼4리 및 709개로 리그 최하위다. 출루율도 3할2푼9리로 8위인 한화에 비해서 1푼4리나 낮은 꼴찌다. 삼진이 많고 타율이 저조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홈런 6위(59) ▲3루타 3위(16) ▲2루타 2위(163) ▲도루 4위(107) 등은 양호한 성적이다. NC가 멀리 치면서 잘 달리는 야구를 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도루는 후반기 기준 2위(27)다. 후반기 12개의 도루를 성공한 톱타자 김종호(전·후반기 총 41도루)와 '도루 성공률 89.5%'의 전문 대주자인 이상호의 활약 때문이다.
톱타자가 출루해 도루로 진루한 뒤 모창민-나성범-이호준-권희동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의 적시타와 꼭 필요할 때 출루와 도루에 성공하는 대주자의 활약은 NC의 숨겨진 도약의 힘이다.
◇신생팀 최고 승률을 경신할까?
지난 1982년 창단된 국내 프로야구에서 신생팀은 공식적으로는 5팀이 있다. 1986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2000년 SK 와이번스,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넥센 히어로즈), 그리고 NC다.
이중 해체된 팀의 선수단을 승계하는 형태로 창단된 SK와 우리를 제외하면 완전한 신생팀은 3팀이다. NC는 1986년의 빙그레와 1991년의 쌍방울에 비해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지난 1986년 빙그레는 전후기 통합 108경기를 치르며 승률 2할9푼(31승1무76패)을 기록했다. 1991년 쌍방울은 4할2푼5리의 성적으로 4할1푼3리의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를 밀어내고 7위에 랭크됐다.
17일 현재 NC는 95경기에서 39승3무53패로 승률 4할2푼4리까지 올라섰다. 기존 팀의 선수단을 이어받은 SK(2000년 3할3푼8리), 우리(2008년 3할9푼7리)의 첫해 성적보다도 낫다.
NC의 선전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1986년의 빙그레와 1991년의 쌍방울은 리그가 10년도 되지 않았을 시점에 창단된 팀이다. 그렇지만 NC는 리그 출범 30년차에 창단했고, 31년차에 1군에 진입했다. 쌍방울이 처음 1군에서 뛰던 시점보다 22년 뒤다. 그만큼 성숙한 프로야구판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아기 공룡의 성장을 지켜보는 팬들의 기대는 크다.
◇2013년 8월17일 현재 NC다이노스의 타팀 상대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