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유난히 돋보였던 19일 2차 청문회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될 전망이다.
26명의 증인 중 한 명으로 출석한 권 전 과장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 격려 전화통화 진술은 "거짓말"이라고 증언해 국조판을 뒤흔들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6일 1차 청문회에서 '외압설'을 부인한 바 있지만 증인선서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김 전 청장과 직접 통화한 당사자인 권 전 과장의 진술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권 전 과장은 9명의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물론 동료라고 할 수 있는 서울경찰청 증인 13명을 홀로 상대하는 가운데서도 차분한 태도로 임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청 증인 13명은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선 개입 의도가 있었냐는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의 개별 질문을 받자 마치 약속한 것처럼 한목소리로 이를 부인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권 전 과장은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며 권 전 과장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지역감정 조장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지만 권 전 과장은 의연하게 지난해 12월16일 중간 발표는 "신속한 수사가 아닌 신속한 발표를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청문회장에서 당시 분석관들이 "확인된 게시글 찬반 클릭 출력물 100여쪽이 당일 밤 모두 폐기됐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 역시 권 전 과장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 가림막 뒤에서 모범답안을 보면서도 불리한 질의에는 '모르쇠'로 일관한 국정원 댓글녀 김모 직원과, 자신의 견해를 소신 있게 밝힌 권 전 과장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청문회가 사실상 '권은희 청문회'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20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어제는 권은희의 날이었다"며 "권은희의 진실의 실체가, 그리고 김용판의 거짓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난 청문회였다"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금까지의 국조 기간 중에서 가장 진실의 실체를 드러낸 날이고, 권은희의 입을 통해서 김용판과 그 이하 간부들의 공모 범죄가 검찰의 공소장 그대로였구나라는 것을 확인하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같은 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권 전 과장의 진술이 김 전 청장의 그것보다 구체적이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표 전 교수는 "김 전 청장은 현재 형사 피고인 입장이고, 증인선서를 하지 않았다"면서 "아무래도 권 전 과장의 말이 사실이라고 봐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증인채택이 무산돼 21일 청문회가 물 건너 간 상황에서 국조는 '권은희'란 이름만 대중의 뇌리에 남긴 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게 됐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김무성·권영세"를 외치더라도 일주일 전 당사자에게 출석을 통보해야 되는 탓에 물리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며, 23일이 국조특위 활동 종료일이기 때문이다.
(사진=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