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10대 로펌들을 대상으로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재판연구원(로클럭)들에 대한 채용을 사실상 알선하는 모임을 시도했었다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대한변협과 대법원, 그리고 로펌업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측은 지난 13일 변협 사무총장과 주요로펌 인사들에게 e메일을 보내 재판연구원들 변호사 채용과 관련된 비공식 간담회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법원행정처는 당초 21일 오후 2시 대법원 청사 16층 1601호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했으나 민방위 훈련 때문에 시간을 오전 10시로 변경했다.
주요 참석 대상자로 법원행정처에서는 법원행정처장과 인사총괄심의관, 법원행정처 각 실국 담당 심의관이었으며, 변호사 단체와 업계에서는 변협대표와 10대로펌 대표 인사책임자들이 참석 대상이었다.
간담회 주제는 '재판연구원 채용관련 대한변협 및 주요로펌 간담회'였으며, 주요 안건은 ▲재판연구원들 변호사 채용 관련, 비공식·비공개 간담회 ▲재판연구원들 변호사 채용 관련 대한변협 및 주요 로펌의 의견 수렴 ▲재판연구원들 채용 관련 정보교류 방안 ▲채용 규모·절차·일정 등에 관한 포괄적 의견 교환 ▲기타 재판연구원 제도 전반에 관한 의견수렴 등이었다.
법원행정처는 또 이 e메일에서 주요로펌 참석자들에게 협조요청 형식으로 재판연구원 채용과 관련해 로펌측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해 법원측에 요청하고자 하는 재판연구원들에 대한 정보나 문의사항·건의 사항 등을 사전에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또 로펌에서 재판연구원들에 대한 채용의사가 있는지, 채용의사가 있다면 채용규모와 일정, 절차에 대한 개략적인 사항을 아울러 요청했다. 채용의사가 없는 로펌에 대해서는 채용과 관련해 법원측에 요청할 사항도 알려달라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특히 로펌들이 밝힌 채용의사와 규모 일정 등에 대해서는 참고만 할 사항이므로 타 로펌이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변협을 중심으로 변호사 업계에서 이 같은 간담회가 사실상 로클럭들의 취업과 직결되는 것이고, 법조 일원화에도 맞지 않아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었다.
이러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측은 지난 16일 "여러 사정으로 취소됐다"며 간담회 취소사실을 변협 등 실무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
이에 변협은 21일 논평을 내고 "이같은 법원행정처의 행동은 국민의 사법부로서의 자리매김 해야하는 행정처의 역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대법원측은 간담회가 계획됐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취업알선과는 전혀 다른 자리라고 부인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로클럭들의 근무성과가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외부에서 많이들 궁금해 하고 있다"며 "심지어는 로펌에서 같은 기간 근무한 변호사들이 더 유능한 것 아니냐는 소리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계획된 간담회는 이런 의문들 내지는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그동안 로클럭들이 어떻게 교육받고 어떻게 근무를 했는지 소개하는 자리 내지는 홍보하는 자리였다"며 "간담회 결과 로클럭들이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간담회를 로클럭 취업알선을 위한 자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밝혔다.
또 간담회를 비공개로 하기로 했던 것은 "변협에 참가 요청을 하면서 당시 아직 모임에 대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비공개로 해달하고 한 것일 뿐이고, 특정한 의도나 목적이 있어서 비공개 요청을 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간담회를 취소한 이유에 대해는 "주요 로펌 외에 변호사들의 대표기관인 변협 측에도 참가 요청을 했는데, 변협 측에서 참석 여부를 답변해 주지 않아 로펌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했다가 법원이 나서서 취업을 알선해준다는 등의 부정적인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고 보여 최종적으로 시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로클럭은 현재 2기까지 임용됐으며 1, 2기 각 100명씩 모두 200명이 전국 법원에서 활동 중이다. 로클럭으로 근무하는 기간은 2년이며 법관이 되기 위해서는 3년의 법조경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