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사전에 심의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세발심)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회의에 참여하는 민간위원 중 중복되는 전문가들의 숫자를 대폭 줄이되, 납세자의 입장을 담을 수 있는 구성원을 추가로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중럄감 있는 인사를 위원회에 참여시켜 국민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최근 근로소득세 증세논란과 같이 정치적인 논란을 사전에 차단시키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개편방향을 확정하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개편방향은 세발심 구성원의 정예화와 분과회의의 효율화가 핵심이다.
현재 세발심의 위원 구성을 보면 총 72명의 위원 중 26명이 대학교수이고, 시민단체나 전문가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전직 공무원이나 대학교수 출신이다.
전문협회 인사로 구분되는 회계사회장이나 세무사회장, 변호사협회장 등은 법무법인이나 회계·세무법인 출신 전문 자격사들과 중복된다.
반면 노동계를 대표할 만한 위원은 1명뿐이고, 자영업자를 대표할 만한 민간위원은 단 한명도 없다. 제도를 만들기에 앞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좁다는 것이다.
위원 인력풀이 72명으로 비대한 점도 문제다. 회의에서 각각의 위원이 한마디씩만 해도 1시간은 훌쩍 넘게 된다.
실제로 지난 8일에 있었던 올해 세발심에는 19명의 민간위원 불참자가 있었음에도 54명이 하나의 회의장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마침 이날 회의에는 참석자 모두에게 발언할 기회가 부여되어 회의진행에만 2시간 30분여가 넘게 소요됐다. 전체 회의소요시간은 2시간이 넘지만 54명 각각에게 부여된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다.
한 참석 민간위원은 "한명씩 돌아가면서 한마디씩만 하니까 회의가 끝났다"면서 "깊이 있는 회의는 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한마디도 발언을 하지 못하는 위원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발심은 그야말로 자문위원회인데 너무 인원이 많고, 비슷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많이 중복돼 있는 상황"이라며 "중복되는 위원들 대신에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참여시키고 분야별 현장을 대표할 수 있는 분들만을 모아서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세법전문가들로 구성된 교수들은 각각의 세목을 대표할 수 있는 소수의 전문가 집단으로 위원회 인력풀을 축소해 구성하고, 대신 국민들의 인지도가 높고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추가로 배치될 전망이다.
전직 장·차관급의 고위직 출신이나 정치인들에게도 세발심 위원의 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득, 기업, 재산, 소비, 국제조세, 총괄 등 6개 분과로 나뉘어 정부의 세제개편안 확정 이전에 진행하고 있는 분과위원회별 회의도 보다 내실 있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각 분과위별 회의는 세제개편안 확정 이전에 3~4회정도 진행되는데, 이 횟수도 늘리고, 2~3개 분과를 묶어서 교차해서 점검하는 회의도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발심은 정부 민간자문위원회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위원회 인원 구성이나 회의방식 등이 달라지게 되면 앞으로 더욱 발전적인 위원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제46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가 개최되는 모습. 오른쪽부터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현오석 부총리, 곽태원 세제발전심의위원장(서강대 명예교수), 김완석 총괄분과위원장(강남대 석좌교수)(사진=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