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부 최봄이 기자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안녕하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전월세난 해결을 위해 당정이 머리를 맞대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는데요. 전세난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기자: 요즘에 부동산 관련 뉴스 보시면 온통 전세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9월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두고 있는 분들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얼마나 올릴까 걱정들이 많으실 텐데요, 12월에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도 전셋집을 미리 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입지나 교육환경이 뛰어나서 신혼부부나 학군수요가 몰리는 지역들 중소형 평형대는 전셋집 구하기가 더욱 어려운데요. 선취매라고 해서 미리 선불금을 내놓고 대기번호를 받는 웃지 못할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9월뿐만 아니라 12월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들도 벌써부터 전셋집 찾기에 나서고 있군요. 구체적으로 얼마나 오르고 있습니까?
기자: 비수기에도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보증금을 올려 계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올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4.81% 올랐습니다. 지난해 상승률인 2.36%보다 오름폭이 큰 겁니다. 특히 비수기인 올해 하반기에도 1.06% 올랐고 지난 주간 상승률은 0.13%로 2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목동의 신시가지 1단지 전용 90㎡ 전셋집은 지난 4월 3억5000만원에 거래됐었는데 지난 6월에는 4억5000만원까지 실거래가가 뛰었고요, 지금은 물건이 없어 부르는 값이 시세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전문가들은 눈높이를 낮추고 서울 외곽지역으로 넓히면 저렴한 전셋집 구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자본금이 어느 정도 있는데도 전세를 고집하는 수요자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수요자들은 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때문에 노원, 구로, 강동, 성북 등 상대적으로 전세 시세가 저렴한 지역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도 준공된 지 20년 이상 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잘 하면 1억원 미만으로도 전셋집이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시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서 매물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언론에 소개된 전세가가 저렴한 주요 단지에 문의를 해봤더니 2000세대 가까운 대단지인데도 매물이 없는 단지도 있었고요, 있더라도 담보대출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앵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서민들의 주거난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네요. 당정이 다급히 대책 논의에 들어갔는데 현재 어떤 대책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까?
기자: 전월세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회 한 마디로 대통령 한 마디에 급하게 꾸려졌습니다. 특히 국정원, NLL 등으로 대치하면서 부동산 관련 법안은 손 놓다시피 했던 정치권이 다시 부동산 관련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20일 당정협의회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함께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는데요.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주장해 왔던 규제 완화 방안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매시장 침체가 전월세값 폭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매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논립니다.
양도세 중과,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호황기에 도입된 규제를 9월 정기국회에서 철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인하, 세입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민간 임대사업자 규제완화를 비롯한 금융지원책도 검토됐습니다. 당정 협의회는 이달 28일 최종 합의 내용을 발표합니다.
앵커: 여러 가지 방안들이 거론됐군요. 하지만 사실 이전에도 계속 논의됐던 내용들 아닙니까? 각당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야당인 민주당은 당정의 대책이 전세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한다고 해서 전셋값을 잡을 순 없다는 건데요. 가죽신을 신고 가려운 발바닥을 긁는다는 뜻의 '격화소양'이라는 고사성어도 등장했습니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다주택자의 먹튀를 보장하는 게 양도세 중과 폐지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은 주택매매 여력이 있는 전세수요 대기자들이 아니라 전셋값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중산층 서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부동산 시장이 한겨울인데 시장을 냉각시키는 제도를 유지하라는 거냐"라면서 "민주당은 부자 대 서민의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맞받아쳤습니다.
당정이 전월세 대책을 내놓아도 9월 국회에서 처리가 돼야 제도가 바뀔텐데요. 주택시장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가 워낙 커서 정치권의 이른바 '부동산 빅딜' 쉽지 않아보입니다.
앵커: 민주당이 요구하는 전월세 대책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월세 상한제인데요. 이 제도가 과연 전셋값을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합니다. 어떤 제도이고 또 실효성이 있을까요?
기자: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기간 2년이 끝나면 세입자가 1차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게 하고 보증금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이 제도가 폭등하는 전셋값을 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숩니다. 일단 최초 계약 때 전세보증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인상률을 제한하면 임대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집주인의 월세 선호현상은 더 강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더 심각해지겠죠.
앵커: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가격을 통제하는 대신 대출 등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은 어떻습니까.
기자: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은행 대출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오는 23일에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첫 상품이 출시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전세 세입자가 좀 더 낮은 이자로, 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건데요.
집주인이 대신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부담하는 방식이 있고 세입자가 경매 시 보증금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금융기관에 넘기는 방식 등 두가집니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월세자금 대출 대상을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확대하고 신용등급 8등급까지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대출 한도는 종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릴 방침인데요.
단기에 전월세난을 해소할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각에서는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대출이 주거불안을 더 키우고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23일에 당정협의회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할 지 잘 지켜봐야 겠군요. 최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