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비상 보험사)②장기·자동차보험 손해율 급증..보험사기 차단 시급

입력 : 2013-08-22 오후 6:32:10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2013 사업연도 초반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이상급등' 하면서 차보험 적자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침체에 자산운용 리스크로 커진 상황에서 자동차보험 장기보험등의 손해율 급등은 손보업계의 경영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 1분기(2013년 4~6월) 중 14개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사업에서 총 16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시기에 256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무려 2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셈이다.
 
지난 7월의 경우 업계 평균 차보험 손해율은 84.4%를 기록했다. 적정손해율이 77~78%인 점을 감안하면 6.5%포인트 가량 높다. 이는 13조원 규모의 자동차보험 시장규모에 비춰볼 때 85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손해율이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규모의 비율을 말한다. 사업비 등을 고려할 때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7%가량으로 이를 넘어서면 보험사가 손해를 보게 된다.
(자료제공=보험개발원)
업계에서는 차보험 손해율이 이 같은 추세라면 올 회계연도 적자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뛰어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중 분기별 당기순익 현황을 살펴보면 1분기에는 손해율이 양호했던 탓에 25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 1106억원으로 적자 전환됐고, 3분기엔 적자가 4048억원으로 급증했다. 4분기 역시 143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누적적자가 6334억원에 달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사업연도 초반 부터 손해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상승추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적자 규모가 1조원은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동차보험의 만성적자가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손보사들 사이에서는 '자동차보험 사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는 한탄까지 나온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의 적자를 장기보험, 자산운용 등으로 만회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 방법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손보사의 올 3월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2.78%로 2년전 4.08%에서 1.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수익률도 5.12%에서 4.38%로 떨어졌다. 손보사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0%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자동차 등록대수의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에 마일리지, 블랙박스 등 할인상품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사업비가 적고 보험료 할인폭이 큰 온라인자동차보험 판매가 주류를 이루면서 나가는 보험금은 그대인데 들어오는 보험료가 적어진 탓도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날씨영향이나 교통사고가 늘어난 것도 요인이지만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보험사기로 나가는 보험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장기보험 손해율 악화는 '수익성 직결'
 
손보업계의 또하나 고민거리는 자동차보험에 이어 장기보험까지 손해율이 악화돼 영업효율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보험은 손보업계 원수보험료의 86%를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손보사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장기보험 손해울은 2009년 11월 78.7%에 불과했지만 손해율은 2010년 81.2%, 2011년 82.4%까지 오르더니 2012년 무려 84.2%까지 뛰어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장기보험 시장이 손보사를 먹여살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활성화됐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장기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소비자들이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가 부담돼 보험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보험도 이미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해 이슈화되고 있지만, 더 큰 걱정거리는 장기보험"이라며 "통상 장기보험은 손보사 판매 비중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손보사들의 핵심 상품이라 손해율 악화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앞으로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보험의 특성상 보험 기간이 3년 이상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마다 손해율이 오르는 구조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일부 중소 손보사들은 이미 장기보험에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어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당장은 당기순익을 기록하고 있어도 몇년 후에는 휘청이는 보험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보험사기 원천차단 시급..보험사기로 새는 돈 가구당 27만원
 
손보업계의 적자 폭이 날이갈수록 깊어지고 있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지름길은 보험사기를 원천차단에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서민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보험사기는 날이 갈수록 조직화·지능화되고 있어 새는 보험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로 새는 보험금만 전체 가구당 27만원꼴이다. 예전의 보험사기는 주로 개인의 단독 범행에 그쳤지만 요즘은 그 규모와 방법이 상상을 초월한다. 일가족이 공모하거나 조직폭력배, 병원, 전문브로커까지 가담하는가 하면 한 지역 전체 주민이 보험사기범에 연류되는 등 대규모 조직적인 범행으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총 4533억원, 적발인원은 8만3181명이었다. 보험사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자동차보험이다. 자동차보험을 이용한 사기는 지난 2010년 2291억원에서 2011년 2408억원, 2012년 2738억원(60.4%)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사기가 진화할수록 보험사의 적자 폭은 늘어나고 이는 단연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올해 보험사기 규모가 5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비춰봤을 때 가구당 추가 보험료는 27만원 정도로 나타났다.
 
보험사기 때문에 국민 1명(가구당 2.7명 기준)이 10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건강보험료가 56% 오른데는 평균수명 연장 등의 이유도 있지만 보험사기도 한몫을 담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를 막아 보험사 적자를 비롯해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보험사기에 대한 단속 처벌 강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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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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