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A씨는 지난 2008년말 성상세포종 진단을 받고 뇌종양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심한 뇌부종이 생겨 석달간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 스테로이드 치료의 부작용으로 오른쪽 엉덩이 부분의 뼈 조직이 괴사하는 고관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 생겼고, A씨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았습니다.
얼마 뒤 A씨는 보험사에 인공관절 치환술에 대한 상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보험사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약물치료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해가 아니라 질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상해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질병의 치료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에는 약관상으로는 보상하지 않는 손해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스테로이드제 약물 치료에 따른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약관상 보상하는 손해"라며 맞섰고 이들은 결국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찾았습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우선 A씨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질병이 아닌 보험사에서 보상해야 하는 손해인 '상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위원회는 상해의 요건으로 급격성·우연성·외래성을 모두 갖추고 사고의 결과로 나타난 상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A씨의 경우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원인이 스테로이드 치료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인정됐습니다. 또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급격성이, 의도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연성이, 신체적 결함이나 질병같은 내부적 원인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외래성이 인정됐습니다.
위원회는 A씨의 상해가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된다던 보험사의 주장 역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법원은 면책조항이 되기 위해서는 임신이나 출산, 유산 또는 외과적 수술에 상응할 정도로 신체에 대한 위험이 따를 것이 예측되는 외과적·내과적 치료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A씨 입장에서는 약물부작용 가능성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단순한 경구투약 수준의 처방이었습니다.
아울러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질병 치료에 대해서는 보험사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면책조항을 질병치료를 위한 것이라면 모두 보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따라 분쟁조정위원회는 "이 사고와 관련해 달리 반증이 없는 한 보험사는 A씨에게 약 18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