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민간발전사의 도시가스 판매를 허용하는 도시가스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다음달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시장 독점구조를 깨고 셰일가스 발굴 등 천연가스 개발사업 붐을 일으킨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스공사와 시민단체 등은 전기에 이어 가스도 기업의 손에 넘어가면 공공재로 다뤄져야 할 에너지 자원이 시장논리에 지배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비싼 가스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 가스공사는 적자에 빠지고 기업만 배를 불린다는 것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산업위 등에 따르면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가스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개정안을 지지하고 국회도 반대할 이유가 없어 통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에서 금지된 민간사업자의 천연가스 직수입과 판매를 허용했다. 현행법에서 민간사업자는 가스공사에서만 가스를 공급받았지만 앞으로는 해외에서의 가스 직수입은 물론 제3자에 대한 판매와 교환에 제약이 없어진 것.
또 외국물품 면세구역인 보세구역 내의 가스 저장시설에서 해외 재판매를 목적으로 천연가스를 반입하는 것도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민간발전사는 가스 공급시설을 건설할 때 산업부 장관에만 신고하고 대통령령이 정한 규모로 재판매 사업을 할 수 있다.
개정안 추진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가스시장에서 독점지위를 누린 가스공사의 역할을 줄이고 보다 값싼 가스를 소비자에 공급하자는 취지"라며 "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기업은 가스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E&S와 포스코 에너지, GS EPS 등 민간발전사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는 가스시장이 이미 민간에 개방됐다"며 "단순히 가스가격 인하 효과만 아니라 저장시설과 플랜트 건설 등 연관 산업까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2001년 정부가 민간발전사의 전기판매를 허용한 후 전력 판매단가가 계속 오르고 한전은 적자가 쌓이면서 전기요금 체계가 왜곡된 일이 가스시장에서도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하자원인 가스 특성상 가스는 정확한 수급관리가 중요한데 그동안 가스공사가 이를 모두 관리했기 때문에 가스요금이 낮았다"며 "민간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하면 수익성만 보고 수급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요금이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2007년에 SK E&S 등이 국제 가스가격 인상 등으로 시장여건이 불리해지자 가스 직수입을 포기하는 바람에 가스공사에서 공급물량을 대신 받았다"며 "이 때문에 가스공사는 약 230억원에 이르는 추가비용을 들여야 했다"고 강조했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도 "정부가 전기를 싸게 공급한다며 민간발전사 전력판매제를 도입했지만 전력난 해소와 전기요금 인하 등은 전혀 없었다"며 "한전이 적자에 허덕이고 국민 세금이 민간발전사에 들어가는 일이 가스공사에서도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력산업이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기업은 가스시장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가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플랜트 등 연관산업 활성화에 따른 이득은 기업이 다 가져가는 대신 공공서비스 질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거대 장치산업인 전력산업 여건을 고려할 때 재벌을 빼면 가스시장에 참여할 여력이 안되고 결국 이는 재벌에 또 다른 시장을 열어주는 것뿐"이라며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와 비용 회수 등은 공공서비스의 축소와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