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자진 사퇴한 것을 두고 외압설 등 청와대의 갈등설이 불거진 가운데 이번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의 인사 난맥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첫 내각 구성에서 12명의 후보자가 낙마하는 인사 참사가 빚어진 바 있음에도 별다른 시스템 정비 조치가 이뤄지지 않더니 공공기관장 인선마저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허태열 전 실장에서 김기춘 실장으로 교체되면서 공공기관장 인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재가만 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오르는 다음 달 4일 이전에는 인사가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도 이 시기를 놓치면 추석 연휴가 이어져 안 그래도 늦은 인선이 더욱 늦춰질 수밖에 없어 부담이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취임 전 인수위 시절부터 인사 참사가 벌어졌을 때 현미경 검증 시스템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한 김용준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새 정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이 도덕성 문제로 줄줄이 낙마하자 '나 홀로 인사'를 단행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월24일 언론인들과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인사 시스템을 좀 더 철저히 정비해서 앞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먼저 선임한 1호 인사였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첫 방미길에 동행했다 사상 초유의 성추문을 일으켜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대선에서 박 대통령과 자웅을 겨뤘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왜 지난 정부의 인사 노하우를 활용하지 않는 걸까"라고 핀잔을 줄 정도였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을 지낸 박남춘 의원의 저서 '대통령의 인사' 추천사에서 "라는 책의 추천사에서 "참여정부는 청와대와 국가청렴위원회가 각각 만든 두 가지 인사검증 매뉴얼을 남겨두고 왔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 중 어느 것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새누리당 정권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부의 인사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을까. 적어도 출범 인사에서 보인 바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고 자문자답하면서 "시스템에 의하지 않는 인사는 참으로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공공기관장을 공석으로 두고 있거나, 기존 인선을 유지하고 있다. 외압설을 시인하는 듯한 이임사로 논란이 된 양 감사원장도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인물이다.
박 대통령이 인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나름의 엄격한 잣대로 신중을 기하며 한정된 자리에 대선 공신들과 관료 출신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앞서 있었던 사태들 직후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지각 인선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사진=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