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先) 양자회담, 후(後) 다자회담'을 역제안했다.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해 영수회담을 가진 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민생 관련 회담을 열자는 것이다.
국정조사 종료 이후에도 꽉 막힌 형국의 정국을 풀기 위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회담 형태를 놓고 청와대와 제1야당의 힘겨루기가 핑퐁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시청광장에서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와의 양자회담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결론을 내고, 또 대통령이 제안하신 여야 다자회담에서 민생을 의논한다면 두 회담 모두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 바람직한 자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감안해 "많은 국민들은 9월4일 대통령의 출국 이전에 전향적인 답을 주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실 것"이라는 말로 시한을 못 박았다.
이는 다음 달 4일부터 11일까지인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 이후엔 추석 연휴가 이어지는 관계로 회담이 조속히 성사돼야 장외투쟁과 별도로 원내 9월 정기국회 일정 협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결과보고서 채택에 실패한 국정조사가 큰 소득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의사일정을 협의하는 것은 새누리당에 완패한 모양새가 되기에 박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통한 성과가 있어야 회군의 명분을 찾을 수 있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또한 이날부터 예고했던 천막 노숙투쟁을 강행키로 했다. 그는 "집사람에게 장기 외박 허락도 득했고, 아침에 특별히 샤워하지 않아도 되게끔 머리도 짧게 정리했다"며 각오를 다잡았다.
이를 두고 연일 "민생"을 외치며 국회로 돌아오라는 새누리당의 압박을 김 대표 본인이 최전방에서 막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민주당과 저는 대통령 알현을 앙망하며 광장에 천막을 친 것이 아니다"면서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국민과 함께 힘을 모으고자 광장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양자회담을 민주당이 제안한데 대해, 여권이 3자회담이니 5자회담이니 하면서 흥정하듯이 응대한 것도 나라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9월4일까지 '선 양자회담, 후 다자회담'에 대한 답변을 달라는 김 대표의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박 대통령이 수용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전날 지난 6월24일 나왔던 첫 입장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해 야권의 인식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취임 이후 인사 불통·정부조직개편·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문 등 잇따른 일련의 사태에 대한 야권의 성토에도 침묵을 고수하는 한결같은 박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으로 볼 때, 김 대표의 역제안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구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민주당도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한 현재의 상태로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회군할 수는 없는 처지여서 자칫 원내 파행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사진=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