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포스트시즌 진출, 이제 '가시권'에 있다

입력 : 2013-08-29 오후 5:56:58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의 이만수 감독은 지난 7월17일 열린 전반기 마지막 경기 전에 "우리 선수들에겐 가을 DNA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SK는 최근 6년간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강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승률 4할5푼8리(33승1무39패)의 리그 7위팀이었다. 전성기를 확고히 이끌던 주축 선수의 전력 누수도 컸지만 경기내용 또한 과거 SK와는 다르게 짜임새있고 끈끈한 색채가 사라졌다. 자연스레 "사실상 이번 시즌 4강은 끝난 것이 아니냐"라는 위기론이 파다해졌다.
 
많은 사람들은 올해 SK가 '가을야구'를 못할 것으로 봤다. 심지어 신생 팀인 8위 NC에 잡힐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적잖았다. 이 감독의 발언은 변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9일 오전 현재 SK는 리그의 5위와 한게임 차이인 6위다. '가을야구'의 마지노선인 4위와는 네게임 차이다. 비관론 대신 긍정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98일 만의 승률 5할 복귀
 
SK는 예년과 달리 불안한 시즌 출발을 보였다. 공격도 수비도 마운드도 곳곳에서 구멍이 뚫렸다. 결국 SK는 지난 5월22일 NC에 4-3으로 패해 승률이 5할 밑으로 떨어졌다.
 
전반기를 마칠 당시의 SK는 34승1무39패(승률 4할6푼6리)의 7위였다. 당시 6위 팀인 롯데와는 세게임 반 차이로 벌어졌고, 4위 팀인 넥센과는 여섯게임까지 차이났다.
 
그렇지만 후반기 SK는 무섭게 승리하고 있다. 지난 7월30일~8월1일 열린 NC와의 경기를 빼곤 스윕패(3연승 전패)를 당한 경험도 없고, 이달부터는 승리를 차곡차곡 쌓았다.
 
반전은 놀랍게도 7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8월7일은 가을 계절을 알리는 입추(入秋)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감독이 "가을 DNA가 있다"고 말한 그 가을 계절의 시작일인 것이다.
 
이날 이후 SK는 7경기 연속 무패(無敗) 행진을 시작한다. 지난 9일 열린 넥센전에서 혈투를 펼치다가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던 적이 있긴 하나, 다른 경기는 모조리 이기며 막을 내렸다. 4할5푼1리로 내려간 승률은 4할8푼9리가 됐다.
 
SK가 이틀 휴식기를 거친 이후로 맞은 두산-삼성-LG 상대 경기는 모두 1승1패로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결국 25일 NC에 2-0으로 이기며 승률 5할 바로 앞까지 다가온 SK는 한화 상대의 2연전을 모조리 이겨 승률 5할대에 다시 올라왔다.
 
SK의 후반기 성적은 승률 6할(15승1무9패)이다. 4강권과의 아직 네게임이나 차이나지만 현재 페이스를 지키면 4강 진입도 가능하다. 전반기 마칠때와 다르게 '4강 진입'은 이제 불가능한 청사진은 아니다.
 
◇같은 투수..달라진 마운드
 
송은범을 보내고 김상현을 데려왔던 트레이드 이후 SK의 선수 구성이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그렇지만 SK 투수들의 이번달 호투를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 던지는 모양새다.
 
전반기 SK의 불펜은 과거와 달리 처참히 붕괴됐다. 어떤 연투에도 어깨가 싱싱했던 '고무팔' 정우람이 군대에 입대했고, 정우람의 불팬 공맥을 막던 송은범은 KIA로 이적했다. 진해수도 SK로 온 이후 초기에는 '수소폭탄'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게 폭발했다.
 
하지만 현재 SK 불펜은 '윤길현-진해수-박정배-박희수'로 이어지는 빠질 데 없는 필승조가 가동되고 있다. 과거 정우람-정대현(현 롯데)시절의 완벽함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윤길현은 최근 13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잇고 있다. 이 기간 중 윤길현은 10.2이닝을 던지면서 5개의 볼넷을 줬지만 삼진 12개를 잡았다. 지난달과 상당히 달라졌다.
 
진해수도 이번달 12경기에 등판해 8.2이닝 2실점의 매서워진 볼끝을 선보이고 있다. 20일 경기(0.1이닝 2실점)를 빼곤 깔끔했다.
 
◇제몫 다하고 있는 '클린업 트리오'
 
SK가 어려웠던 이유는 타선의 문제도 적잖았다. 다들 침체된 상황에서 최정만 펄펄 날았고, 상대 투수들은 최정을 집중적으로 견제했다.
 
비록 최정이 견제를 잘 넘기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상대가 일부러 최정을 회피하는 경우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최정 이후로 4번 박정권과 5번 김강민 등이 중심 타선을 잘 이끌며 상대 투수의 견제를 분산하는 모습이다. 최정을 회피하는 경우도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최정의 홈런 수는 늘었다. 이번 달에만 6개의 홈런을 날린 것이다.
 
게다가 박정권과 김강민은 이번달 들어서 가을 느낌을 한껏 즐기는 듯한 신들린 타격감을 과시한다. 김강민은 홈런을 5개나 넘겼고, 박정권은 출루율 5할5푼에 달한다.
 
게다가 김강민 이후의 6번 이재원, 이후 하위타선까지 최근 물오른 듯한 타격감을 마구 보이고 있다. 점수가 쭉쭉 나온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고 하는 옛말이 있다. '가을 느낌을 아는' SK는 그렇게 다시 훨훨 비상하고 있다.
   
◇2013년도 후반기 SK 와이번스 경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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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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