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정부가 전월세난을 잡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한 8.28전월세 대책이 시장 안착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4.1대책처럼 시장의 기대감만 키워놓고 후속입법이 국회에서 흐지부지되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與 "신속한 법안 처리" 野 "부자를 위한 정책..재검토"
4.1대책 후속입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는 개원일인 2일에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당정협의회에 참여한 새누리당은 신속한 법안처리를 강조하며 민주당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오후 2시 개원을 앞두고 시청 앞 광장 천막당사에서 최고위원회를 연 민주당은 8.28대책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등은 무주택 세입자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주택구매력이 부족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여기다 전월세상한제가 8.28대책에서 빠진 점은 여야 타협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이 제도를 꼭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전월세상한제와 새누리당의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규제완화를 함께 처리하는 '부동산 빅딜'은 지난 4.1대책 후속입법 처리가 난항을 겪던 6월 임시국회 말미에 새누리당 측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전월세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회는 전월세상한제의 부작용을 우려해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4.1대책 후속입법 주요현안(자료=KB국민은행)
◇지자체 '일방적인 취득세 영구 인하 반대'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취득세 영구 인하 방안은 야당과 지자체가 함께 비판하고 있어 9월 국회 중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쟁점은 다주택자 중과 폐지 여부와 그에 따른 세수보전 방안이다.
정부는 8.28대책에서 구간별 취득세율을 ▲6억원 이하 1% ▲6억~9억원 이하 2% ▲9억원 초과 3%로 확정했으나 세수보전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는 9월말까지 대책을 확정해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지방소비세율 인상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재정의 40%를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는 지자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생색은 정부가 내고 책임은 지방에 전가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확정 취득세율 발표와 함께 보전대책을 내놓지 않은 점, 다주택자도 취득세 인하 대상에 포함한 것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9월 국회, 6월 임시국회 수순 밟나?
◇김한길 민주통합당 대표(왼쪽, 사진=민주당)와 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사진=뉴스토마토DB)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시행 가능한 '수익 또는 손익 공유형 모기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법안은 여야 논의와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신축운영,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주요 법안들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는 NLL, 국정원 등 이슈가 다른 현안들을 압도하며 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때문에 정부가 대대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뒤 국회에서 흐지부지되는 관행이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이번 8.28대책 발표에선 법안 처리를 위해 '대국회 설득'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 국정조사 여파로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고 있는데다 국회 개원에 임박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가 불거져 9월 국회가 6월 국회의 뒤를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시장 침체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는 만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완화안 처리를 더 미룰 수 없다"며 "이번 국회에서도 처리가 불발되면 일부 실수요자의 매수는 이어지겠지만 전반적인 거래심리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