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아 퇴직연금을 모두 지급했다가 나중에 법을 개정하면서 환수처분하도록 소급규정한 공무원연금법 부칙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9일 "공무원연금 감액 규정을 소급 적용토록 규정한 공무원연금법 부칙 조항은 위헌"이라며 권모씨 등 24명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청구인들이 퇴직연금을 전부 지급받은 것은 전적으로 국회가 개선입법을 하지 않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청구인들에게 어떤 잘못이나 책임이 없다”며 “연금을 다시 환수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잘못을 퇴직공무원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청구인들이 뒤늦게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사건 부칙조항으로 인해 소급적으로 환수할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소급적으로 환수당하지 않을 것에 대한 신뢰이익이 적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한 국회의 입법개선의무 준수 등은 중요한 공익상 사유로 이에 대한 신뢰는 사법기관과 입법기관 전체에 대한 객관적인 신뢰”라며 “헌법상 해당 부칙 조항은 헌법상 금지하는 소급입법에 해당돼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청구인들이 부칙조항에 대해 연금 환수 등을 예상할 수 있었고 제제의 실효성 확보와 공무원연금 재정 보전 등을 고려할 경우 부칙은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권씨 등은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퇴직한 뒤 옛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감액된 퇴직연금을 받아 왔다.
헌재는 2007년 3월29일 옛 공무원연금법 해당조항에 대해 "신분이나 직무와 관련 없는 범죄까지 일률적으로 퇴직급여 등을 제한한 것은 공무원 범죄 방지 등 입법목적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2008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는 바람에 해당 규정이 효력을 상실했고 이에 따라 공무원연금공단은 2009년 1월1일부터 권씨 등에게 퇴직금연금 전부를 지급했다.
이후 국회는 2009년 12월31일 해당 법규정의 위헌부분을 개정하면서 부칙을 달아 2009년 1월1일부터 지급된 퇴직연금부터 감액하도록 소급규정을 마련했고, 공단은 소급규정에 따라 권씨 등이 받은 퇴직연금 중 일부를 환수처분했다.
이에 권씨 등이 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부칙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재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사진=헌법재판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