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시간제 일자리로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건 말장난에 그칠 수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3일 '고용률 70%를 위한 사회적 대화' 토론회에서 고용률 70%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논리상 동시에 풀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고 지적하며 고용정책 초점을 다시 맞출 것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노사정위원회와 한국노동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고용률을 높이는 것보다 먼저 해결할 과제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라며 "이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가능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역시 보여주기 행사에 그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의 성공사례로 강조하는 유럽 역시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이 교수는 "1980년대 초반 네덜란드 경기상황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당시 노조가 먼저 나서서 시간제 일자리를 받은 것이고, 스웨덴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를 늘렸다가 일자리 질 저하로 지금까지 논란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국의 경우 시간제 일자리 2~3개를 얻어 동시에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총 노동시간은 전일제 노동과 다르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노동자 입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줄지 않고 일자리 질만 나빠지는 셈이다.
때문에 이 교수는 고용정책의 초점을 '양질의 일자리'에 맞추는 식으로 발상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등 노동시장의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의 임금과 노동 조건 격차를 축소하는 방안으로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현재로서 가능성이 희박한 '내부자'의 양보에 의존하는 것보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최저임금부터 인상하고 조세제도를 정비해 소득 재분배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정책패키지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지 '70%'라는 수치에 맞춰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데 집착하는 식이 되선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이는 사회적 대화로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노사정위원회에 복지이슈를 들여와서 논의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영순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기존 시간제 일자리를 그대로 두고서 고용률만 늘리면 안 좋은 시간제 일자리만 늘리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며 "비용 부담 문제나 차별 시정 문제 등을 해결해 시간제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정부 대책은 기본적으로 성장률 중심에서 고용률 중심으로 바뀌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나온 것"이라며 "단순하게 사람 수를 채우자는 게 아니다. 정부도 전체적으로 ‘롤 플랜’을 갖고 수정 보완작업을 계속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는 노사정위원회가 박근혜정부 공약인 '고용률 70%'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전반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각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하는 행사다.
현장에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등 정부 인사를 비롯해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본부장,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등 노동계, 경영계, 학계와 시민사회 인사 등이 참석했다.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민주노총은 이날 행사에도 불참했다.
(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