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윤활유 사업 통한 캐시카우 확보 경쟁

"원유 정제마진 약화 상쇄"

입력 : 2013-09-04 오후 5:05:20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윤활유 제품을 출시하며 정유업계의 캐시카우 확보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4일 차량용 윤활유 신제품 '엑스티어(XTeer)'를 출시했다. 내년 하반기 윤활기유 생산에 앞서 차량용 윤활유 제품을 먼저 선보인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그간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윤활기유 사업이 없었다. 대신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경질유 생산이라는 본업에 충실했다.
 
그러나 지난 1월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SHELL)과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착공한데 이어, 올 하반기엔 윤활유 제품을 선보이는 등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가고 있다.
 
정유업계는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사업 진출을 두고 예정된 수순을 밟았다는 반응이다.
 
윤활유 제품은 고도화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를 처리해 만든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한 것으로 마진율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때문에 각 정유사들은 본업인 원유 정제마진 부진을 상쇄시켜 줄 대안으로 윤활유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올 2분기 윤활유 사업에 집중한 정유사들은 주력인 정유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반면 윤활유 사업은 흑자를 내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GS칼텍스는 올 2분기 정유 사업에서 1303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윤활유 사업에선 51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 938억원 가운데 윤활유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이 54.9%나 차지한 셈이다.
 
S-Oil 역시 올 2분기 정유사업에서 594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그러나 윤활기유 사업에서 전체 영업이익(996억원)의 49.69%에 해당하는 495억원의 흑자를 냈다. 두 회사 모두 윤활유 사업에서 정유사업의 부진을 상쇄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경쟁사에 비해 사업구조가 단순한 현대오일뱅크가 윤활유 사업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현대오일뱅크처럼 정유 사업에 집중된 사업구조는 호황일 때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불황일 땐 실적이 부진한 구조적 취약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윤활유 사업 진출은 사업다각화를 통한 캐시카우 확보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이날 윤활기유 공장 완공에 앞서 완제품을 먼저 출시한 것을 두고, 관련 업계는 윤활기유 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용으로 해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윤활유 사업이 업황 위축으로 예전보다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정유사에겐 여전히 매력적인 캐시카우"라며 "현대오일뱅크가 뒤늦게라도 윤활유 사업에 뛰어든 것은 정유 사업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한계를 느낀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윤활기유 상업생산에 앞서 윤활기유를 출시한 것은 수익성 다각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면서 "다만 경쟁사들에 비해 진입시기가 늦고,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 진입해 경쟁업체들보다 많은 수익을 내기 힘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인 SK와 GS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발목이 잡혀 있을 때 오히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최근 인력 구조조정과 중부권 알뜰주유소 참여, 윤활유 사업 진출 등을 통한 체질개선 작업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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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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