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내란 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로 국회 차원의 절차가 일단락되자 민주당은 즉각 대선 개입 사태를 재부각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국정원이 존폐의 기로에 몰린 시점에서 꺼낸 '이석기 내란'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가운데 민주당이 시계를 돌려 대선 개입 사태에 분노하는 민심을 모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하자마자 광장으로
전병헌 원내대표는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공안몰이 광풍으로 몰아가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국정원 개혁 동참 약속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정치공세가 국정원 개혁 회피용 음모이고 책동이란 의구심이 있다"면서 "야당 음해와 정쟁 유발을 중단하고 국민적 요구인 국정원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실천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이석기 의원 사면 전력과 관련해 문재인 원죄론 및 지난해 야권연대에 대한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또 세간을 뒤흔든 '이석기 정국'에서 벗어나 기존에 주력하던 대선 개입 문제로 국면을 전환시켜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전날 국회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김한길 대표가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광장으로 달려가 '국정원 개혁 촉구 결의대회'를 연 것도 이를 위한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이석기 사건을 빌미로 야권 전체를 매도하는 매카시즘 광풍을 불러일으키려고 혈안이 됐다"고 공안정국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을 철저하게 진상규명하고 관계자들을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국정원을 국회가 주도해서 전면적으로 개혁해내겠다"고 다짐, 의지를 보였다.
◇민주 계획 실현 '미지수'..새누리 "국회로 돌아오라" 압박
그렇지만 민주당의 바람대로 국면이 전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단된 현실에서 '내란'이라는 단어가 가져온 후폭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된다.
이석기 의원 구속 여부가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5일 밤에는 가려질 예정이라 이번 주에는 여론의 관심이 이 문제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올 명분이 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회동도 물 건너 간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제안에 아무런 대꾸 없이 지난 4일 해외순방길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한 바 있어 김 대표를 만날 가능성 자체가 낮을 뿐만 아니라, 만나더라도 민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또 11일 귀국해도 곧이어 추석 연휴가 이어지는 등 향후 일정표도 민주당에 녹록지 않다.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의사일정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민생 외면"이라는 공격의 소지가 될 수 있어 부담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공안정국과 종북몰이를 계속할 태세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시작"이라며 "이석기 사건 발생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예방책을 만들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확실히 하는 게 새누리당 임무"라고 자임했다.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앞으로 보다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 "이번 일로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세우자.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체제를 부정하고 내란을 기도하는 종북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울러 "민주당도 원내외 투쟁을 끝내고 국회에서 정책투쟁의 장을 벌이자"면서 "야당의 파트너는 대통령이 아닌 여당"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최 원내대표는 "야당은 민심을 거르지 말라"면서 "이번 이석기 사건처럼 민생을 살리는 국회를 같이 만들자. 국회의장에게 국회 일정을 빨리 하라는 요청이 왔다. 합의가 안 될 경우 의장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부터는 의사일정에 관한 협상을 시도할 방침이다. 체포동의안 처리로 여야가 뜻을 모았던 것처럼 대선 개입 장외투쟁을 끝내고 국회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이석기 국면에 쏠린 시선을 대선 개입으로 돌리려는 민주당의 노력과 새누리당의 방해가 치열할 것으로 관측돼 향후 전개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