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현 경제위기를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일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3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현 글로벌 경제위기와 전자산업의 격변기는 무한격차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며 “2015년까지 10년 연속 TV시장 1위, 글로벌 생활가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간 강조하던 ‘초격차’에서 ‘무한격차’로 간극 목표를 넓혔다. TV를 비롯해 냉장고 등 주요가전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윤 대표는 소비자가 열망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놔도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당하면 의미가 없다”며 “모든 출발은 소비자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가전의 스마트 트렌드를 주목했다. 윤 대표는 “소비자가 불편해 하고 가사노동이라 느끼는 부분을 하고 싶은 일로 바꾸는 게 스마트의 최종 목적”이라며 이를 위한 세 가지 핵심가치로 peace of mind(마음의 평안), convenience and comfort(편리함과 편안함), entertainment(오락)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이런 필요가 있어야만 소비자는 제품을 구입한다”며 “생활가전의 스피드(교체주기)를 획기적으로 높여 소비자 생활을 완전히 바꾸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TV 시장 8년 연속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생활가전에 대한 욕심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가장 감성적이어야 할 제품이 바로 생활가전”이라며 “산업의 스피드가 굉장히 느린 측면이 있는데 IT와 접목되면서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품을 만들다 보니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앞당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번 IFA 전시회에서 UHD OLED TV와 곡면(curved) UHD TV를 내놓으면서 잠시 구겨졌던 자존심을 다시 편 그는 “시기의 문제로 열쇠를 잠가놓고 보여드리지 못하는 제품이 있는데 내년 CES에서 아주 놀랄만한 세탁기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의 빠른 추격에 대해서도 “선의의 경쟁이 될 것”이라며 괘념치 않는 자신감을 보였다. 윤 대표는 “자국의 큰 시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고, 인수합병 등을 통해 첨단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면서 “중국도 백색가전은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유럽의 빌트인(built-in) 시장 공략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투자를 해오고 있다”며 “제대로 하려면 아직 3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간 열심히 투자하겠다”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표는 IFA를 비롯해 주요 가전박람회가 모바일 기기의 잔칫집이 되면서 가전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신종균 대표가 IFA까지 와서 임팩트 있게 첫 장식을 해줘서 뒤에 하기가 수월하다”며 “서로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무선사업부(IM)와의 신경전 또는 견제설을 우회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2011년 갤럭시노트 첫 공개 이후 해마다 무선사업부가 IFA를 차기작 공개 무대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소비자가전(CE) 사업부가 못마땅해 한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는 곧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두 라이벌의 신경전으로 비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