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신임 IOC 위원장, 그의 역할과 과제는

입력 : 2013-09-11 오전 9:26:14
◇신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이미지=IOC 공식 홈페이지 캡처)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세계 스포츠 황제'로 불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 선출됐다.
 
IOC는 11일 오전(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힐튼호텔서 제125차 총회를 개최하고 전임 자크 로게(71·벨기에) 위원장의 뒤를 이어 IOC를 이끌 제9대 위원장으로 토마스 바흐(60·독일) IOC 부위원장을 선출했다. 
 
총 6명의 후보가 겨루면서 역대 최고 경쟁률로 기록된 이번 선거에서 그는 93명의 IOC위원 가운데 49표를 얻어 29표의 리차드 캐리언(61·푸에르토리코) 재정위원장을 크게 따돌리고 당선됐다.
 
세르미앙 응(64·싱가포르) IOC 부위원장, 데니스 오스발트(66·스위스) 국제조정연맹(FISA) 회장, 세르게이 붑카(50·우크라이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부회장은 각각 6표, 5표, 4표를 얻어 바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IOC 위원장의 임기는 8년이며 한 차례에 한해 4년 중임할 수 있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의 뒤를 이어 2001년부터 12년 동안 IOC를 이끌어온 자크 로게(71·벨기에) 위원장은 이번 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다했다.
 
◇몬트리올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출신
 
바흐 신임 위원장은 IOC의 119년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위원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바흐 위원장은 지난 1976년에 열린 제21회 몬트리올 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 단체전에 서독의 선수로 출전해 출전해 금메달을 수상했다. 1976년, 1977년 세계펜싱선수권대회 남자 플뢰레 단체전에서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후 그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법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법학 박사학위를 받아 변호사로 활동했다.
 
스포츠 행정가로의 경력은 지난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개최된 올림픽 콩그레스에서 선수들을 대표하는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시작됐다.
 
바흐 위원장은 1991년 IOC 위원에 선출됐고, 집행위원과 법사위원장, 징계위원장, 부위원장 등 IOC 내 요직으로 꼽히는 자리를 두루 거치며 '2인자'로 확실히 자리 매김해 차기 위원장 후보 중에서도 선두 주자로 꼽혔다. 
 
독일 내에서도 2006년 축구월드컵 유치위원장, 2011년 여자축구월드컵 유치위원장 등의 요직을 거쳤고, 2006년 독일 올림픽위원회(DOSB) 초대위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에는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뮌헨(독일)을 적극 지원했던 인물로서 잘 알려져 있다.
 
IOC 위원장은 장기집권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1999년부터 임기 8년, 한 차례에 한해 4년 중임이 가능하도록 제한됐다. 이로서 기본 임기가 2021년인 바흐 위원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운영의 책임자로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다.
 
◇신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이미지=IOC 공식 홈페이지 캡처)
 
◇'세계 스포츠 황제'에 등극한 바흐의 과제는
 
IOC 위원장의 역할이 세계 스포츠를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그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당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반(反) 바흐' 기류를 흡수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7대 사마란치 위원장에서 8대 로게 위원장으로 이어지던 때와는 달리 마찰이 크지 않았기에, 쉽게 봉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이번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바흐 위원장은 선거운동 모토를 '다양성 속의 조화(Unity in Diversity)'를 정했다. 또한 "독일 및 국제 스포츠 무대뿐만 아니라 사업과 정치·사회 분야의 경험 면에서 (IOC 위원장이란) 위대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잘 훈련됐다"면서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세계 스포츠 황제'로 불리는 IOC 위원장 자리는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권한은 절대적이다. 회원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이끌면서 각국 방송사·기업체 등의 스폰서와 협력해 올림픽 운동을 지구촌에 확산하는 역할을 책임진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현재 IOC는 매우 비대해진 올림픽과 지나친 상업화 흐름, 점점 사라져가는 아마추어리즘 등이 당면 해결과제로 꼽힌다. 승부조작, 스포츠도박, 약물복용 등의 문제들도 IOC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동안 행보와 발언 등을 보면 그는 전통과 원칙 준수를 중요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그의 주요 후원자로 손꼽히던 로게 위원장이 "차기 위원장부터는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IOC의 전통대로 '무보수 명예직'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다.
 
바흐 위원장은 9일 투표를 앞두고 "선수가 된 것 같다. 나는 위대한 결승선 앞에 서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이후 IOC의 새 수장으로 호명되자 "IOC는 아주 훌륭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다. 올림픽의 밝은 미래를 위해 조화를 이뤄 함께 연주하자"면서 "앞으로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일해나가겠다. (내 집무실) 문과 나의 귀와 마음은 항상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다양성 속의 조화'를 선거 모토로 내걸었던 바흐 위원장이 '반(反) 바흐' 세력을 어떻게 끌어안고 세계 스포츠계에 어떤 조화점을 이끌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준혁 기자
이준혁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