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리베이트' 처벌기준 부령에 위임한 약사법 규정 합헌"

위헌의견 많았으나 위헌정족수 6명 안 돼 합헌 결정

입력 : 2013-09-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법이 아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약품등의 유통 체계 확립과 판매 질서 유지에 필요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약사법 해당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서울고법 등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약품 등의 유통 체계 확립과 판매 질서 유지에 필요한 사항'을 위반한 자를 처벌토록 한 구약사법 해당 조항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 위반"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4대 5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불법 리베이트 사범들의 처벌근거인 해당 조항을 헌재가 합헌이라고 인정한 것으로, 위헌의견을 낸 재판관이 5명으로 더 많았지만 위헌 정족수인 6명에 이르지 못해 합헌으로 결정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형벌법규가 처벌에 관한 사항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것은 법률로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에 한해 요구되지만 의약품 등의 유통 및 판매는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해서 미리 법률로 자세히 정하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이 '유통 체계 확립 및 판매 질서 유지에 필요한 사항'이라고 규정하면서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의 기준을 정하고 있고, 수범자를 전문자격을 갖춘 약국개설자 등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런 점 등에 비춰보면 하위법령에 규정될 준수사항의 주된 내용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어 죄형법정주의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심판대상조항에 비춰 하위법령에 규정될 약국개설자 등이 준수할 주된 내용은 '의약품을 적정하게 공급·판매해 국민보건에 위해를 끼치지 않고, 의약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질서나 의약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예측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에서 규정하는 '의약품 등의 유통 체계 확립 및 판매 질서 유지에 필요한 사항'은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예측이 어려워 행정부에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입법재량권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결국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법률의 해석과 집행'을 쉽게 용인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배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의약품 도매회사 운영자인 조모씨는 2009년 4월부터 2년여간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 등에게 선급금·이자 등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불복하고 항소한 조씨는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이 계속되는 동안 자신의 범죄성립에 근거가 되는 구약사법 95조 1항 8호가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 등을 위반해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이에 재판부가 조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한편, 사용기간이 지난 약재 등을 판매목적으로 약국에 진열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와 살빼는 약을 판매하면서 허위·과장광고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연모씨, 수백명의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모 제약사 이사 이모씨도 조씨와 같은 취지로 해당법률조항이 위헌이라며 각기 다퉜으나 조씨 사건과 병합돼 같은 결정을 받았다.
 
◇헌법재판소(사진=헌법재판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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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