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3자회담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민주주의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는 것이 제 결론"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결단이 없다면 우리가 이제 그것을 쟁취해 내야 하는 것"이라고 투쟁의지를 다졌다. 무의미한 3자회담 성과를 얻은 민주당은 "투쟁 전략을 전면 재검토 할 것"이라며 초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김 대표는 16일 3자회담 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며 회담 성과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김 대표와 회담에 배석한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1시간 30분 정도의 3자회담에서 주요 사안에 평행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국정원의 대선개입·선거개입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요구에 대해 "국정원에 지시할 위치가 아니었다"·"도움받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김 대표는 "제 아버지가 37년에 받은 긴급조치 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한 일원이라는 이유로, 긴급조치와 관련 없는 판사가 사과한 것처럼 이전 정권 일이라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전 정권의 일이라 일일이 사과할 필요가 없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다만 "필요하다면 사과를 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지만, 사과 시점에 대해선 "재판이 끝난 후"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이제까지 국가기관이나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한 사과 시점은 예외없이 검찰의 기소 단계였다. 재판이 끝날때까지 기다리는 사과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을 언급하며 지난 대선 당시 김무성 당시 박근혜캠프 선대본부장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을 낭독했다고 지적하자 "정문헌 의원이 미리 얘기했고 모 월간지에도 사전에 나온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또 국정원의 대화록 유출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장해온 것처럼 '박영선 민주당 의원'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박 대통령은 "박 의원이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대화록을 유출했다'고 했기 때문에 국정원은 자신들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공개한 것"이라며 "불법 공개가 아니라 합법적 절차로 공개한 것이라는 국정원 보고를 받았다"고 말해 국정원을 적극 두둔했다.
이에 김 대표가 "김무성 의원이 낭독한 내용은 정문헌 의원이 밝힌 내용, 월간지 내용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대화록은 나중에 국정원이 공개한 내용 그대로였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국정원 개혁의 주체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이 개혁안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본래의 기능을 하도록 하는 안을 만들고 있다"며 "아마 국정원에 대한 어떤 개혁안보다도 혁신적인 안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안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면 여야가 논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대표는 현재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안과 비슷한 수준인 2003년·2006년 한나라당 국정원 개혁안 수준이 돼야 한다며 "국정원 개혁안은 국회 안에 국정원법 개혁특위를 만들어 결론내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해 국회 중심의 개혁안을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해임 요구에 대해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이 인적 청산을 해왔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고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김한길 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문제와 관련해서도 양측은 평행선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에 대해 "검찰의 위신이 달린 문제"라며 "검찰 수장이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없는 일로 할 수 있느냐, 검찰이 신뢰를 잃으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반문하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어 "법무장관이 진상조사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려는 소명을 채 총장이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법무부의 배후가 청와대라는 의혹을 이해할 수 없다. 법무장관이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신문에 나온 소문을 갖고 초유의 검찰총장 사찰, 감찰, 뒷조사를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당사자가 유전자 검사까지 받겠다고 했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김 대표의 반박에 박 대통령은 "그래서 사표 안 받은 것 아니냐. 진상조사 끝날 때까지 사표 수리 안 하겠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이와 관련해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검사 집단이 간부든 평검사든 이렇게 술렁이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등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양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박 대통령이 "나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하자, 김 대표는 "대통령이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경제민주화 입법 당시에 새누리당에서 속도조절을 내세웠냐. 83개 경제민주화 법안 중 17개만 처리됐다. 이래도 경제민주화 입장이 확고한 것이냐"고 반박했다.
또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뤄진 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하는 김 대표의 요구에 박 대통령은 "소신과 다르다"며 거부입장을 확고히 했다.
양측의 기존 입장차를 재확인한 이번 회담에 대해 김 대표는 "많은 대화가 오갔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며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이 땅의 민주주의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는 것이 제 결론"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결단이 없다면 우리가 이제 그것을 쟁취해 내야 하는 한다.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투쟁 각오를 밝혔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이나 정국 정상화는 기대난망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 같다"며 "민주주의가 암흑의 터널로 들어섰고,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우리에게 더 큰 결단, 결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회담에 배석한 노웅래 비서실장도 "불통과 비정상을 확인한 만남"이라고 규정하며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데 청와대만 모르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 끼치고 걱정이 앞섰다"고 평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의총 직후 열렸던 긴급 최고위의 결과를 전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최고위가 매우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제1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박 대통령에게 민주당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인식이 잘못됐다는 걸 깨우쳐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투쟁 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쟁전략 전면 재검토'와 관련해 "최고위에서 전면적인 장외투쟁 이야기가 나왔다"며 "그것 역시 한 방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