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의 후퇴와 관련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사퇴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약을 내세웠던 대통령은 일언반구 없는 상황에서 장관이 책임지는 게 이치에 맞냐는 주장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3일 의원총회에서 기초연금 공약 축소에 대해선 "공약먹튀"라고 맹비난하며 진 장관의 사퇴가 "박근혜 정권의 토사구팽적 태도"라고 평가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도 진 장관의 사의 표명을 "대선공약 후퇴에 대한 국민 반발을 무마시키려는 '논개 쇼'"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 후퇴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 스스로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일을 애먼 복지부장관을 희생양 삼아 모면해보려는 꼼수"라고 맹비난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진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어떤 공식 입장 없이 침묵을 지키며 여론을 주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 공직자(혹은 공직 후보자)의 사퇴로 인한 소동은 그동안 여러차례 있어왔다.
진 장관의 사의 표명 직전에 발생한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 문제도 여전히 엄청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 신문이 구체적 물증도 없이 제기한 '혼외아들' 의혹에 대해 채 총장이 법적 대응 의사를 분명히 밝힌 가운데, 황교안 법무 장관이 '사상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지시를 내려 "검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채 총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손보기가 아니냐'는 야당의 강한 의혹 제기에 박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적극 두둔하며 야당의 비판에 응수했다.
채 총장의 '감찰지시'에 의한 사의 표명 과정에서 정부는 지난 3월 '성접대' 의혹이 제기됐던 김학의 당시 법무차관 때와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여 마음에 들지 않은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은 그의 취임 전부터 강하게 제기됐지만, 그의 임명은 강행됐고, 법무부와 청와대는 수수방관하다 그가 사직서를 제출하자 곧바로 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법무부와 청와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어떤 감찰 지시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공직자(혹은 후보)의 낙마의 시작은 인수위원장 신분으로 총리에 지명됐던 김용준 전 후보자였다. 박근혜 당시 당선자의 깜짝인사였던 김 전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아들의 병역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명 5일만에 자진사퇴했다.
야당의 "수첩인사의 극치"라는 비판에 박 당선자는 오히려 '언론'과 '인신공격성 인사청문회 탓'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이후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사퇴에도 박 대통령은 늘 당당했다. 야당이나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정작 후보자에게 쏟아지는 의혹들에 대해선 외면하기 일쑤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창조경제'를 책임질 주무부처 장관으로 박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지명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도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 전 후보자는 지명초부터 CIA 연루의혹, 재산형성 의혹, 국적 논란 등이 끊임 없이 제기됐다. 또한 사퇴 후에도 "미국 시민권 포기로 발생하는 엄청난 세금을 피하기 싫어서" 후보자직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그는 사퇴'하자마자' 미국으로 돌아가 '워싱턴 포스트'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그가 말한 "사랑하는 조국"의 뒤통수를 쳤다. 그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한 언급은 피한채 자신이 한국 '민족주의'의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앞세웠다. 김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오히려 "삼고초려해 온 분인데 우리 정치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했다"며 야당을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취임 초부터 로비스트 의혹, 공금 유용 의혹, 수차례 위장전입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시달리다가 37일만에 사퇴한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의 반발이 거센 와중에 자신의 안보 수행해 동행시켜 야당의 거센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인사문제를 한달 넘게 끈 장본인이었지만, 김 후보자의 사퇴 후에는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진영 장관과 채동욱 총장 직전에는 양건 전 감사원장의 사퇴도 큰 논란이 됐다. 그는 퇴임사에서 "외풍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정치적인 압력이 있었다는 점을 암시했다.
양 원장의 사퇴는 앞선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에 따른 후폭풍이라는 설이 팽배했다. '4대강 사업이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해둔 사업'이라며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새누리당 친이계가 강력히 반발했는데,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 양 원장을 퇴임시켰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런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양 원장의 사퇴는 스스로의 결단"이라며 정치적 외압설에 대해선 "추측성 이야기"라고 부정했다. 청와대의 해명에서 다른 인사 문제가 불거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잘못은 여전히 어디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