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오뚝이로 불리던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끝내 쓰러졌다.
박 부회장이 24일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채권단으로부터 16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하고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을 삭감하는 등 독기를 품었음에도 무너진 대세를 돌리진 못했다.
팬택과 채권단 등에 따르면 박 부회장(
사진)은 최근 국내외 휴대폰 시장에서의 실적 악화와 경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이날 오후 채권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얘기다.
팬택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채권단에 송구스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일부 직원들에 대한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상황에서 '이 책임을 내가 져야지 누가 지겠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부회장이 사임하게 되면서 팬택은 이준우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가게 됐다.
박 부회장이 전기전자 업계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1987년 무선호출기 제조업체인 맥슨전자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이후 박 부회장은 창업을 결심하고 1991년 팬택을 설립했다. IT 호황을 이루던 90년대 초반 팬택의 무선호출기는 내수와 수출에서 호조를 보였고, 97년부터 본격적으로 휴대전화 제조를 시작했다.
호조를 이어가던 팬택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지난 2006년. 무리한 사업확장과 차입경영이 문제가 되면서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박 부회장은 팬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보유한 모든 지분을 내려놓고 5년 동안 발벗고 뛰면서 지난 201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됐다. 박 부회장에 '오뚝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한편 팬택은 이번 박 부회장의 사퇴와 함께 내달부터 임직원 800여명에 대한 무급휴직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팬택 임직원들의 술렁임은 커졌다. 조직 전체가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팬택 관계자는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800명에 대해 무급휴직제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휴직 기간은 6개월가량으로, 이번주 내에 실무적인 작업을 통해 대상자를 선발한다. 일각에서는 인력 구조조정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