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내년도 나라살림(총지출) 규모가 올해보다 4.6% 늘어난 357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복지관련 예산지출은 사상 최대 규모인 105조9000억원에 달한다. 교육(50조8000억원) 예산지출보다 두배 이상 많으며, 전체 예산안에서도 30% 가까이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에 총수입은 올해보다 -0.5% 감소한 370조7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경기둔화 영향으로 국세수입 증가율이 둔화되고, 정부 보유주식 매각계획 변경 등으로 세외수입도 감소한 탓이다. 나라곳간에 들어올 돈은 줄었는데 나가는 돈은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나라살림의 실질 상태를 보여주는 내년 재정수지는 GDP 대비 -1.8% 수준인 25억9000억원 적자, 국가채무는 올해 464억6000억원(GDP대비 34.3%)에서 내년 515조2000억원(GDP 대비 36.5%)으로 늘어난다.
수입감소를 고려할 경우 재정지출을 대폭 줄여야 하나, 경제활성화를 위해 내년 총지출을 최대한 늘려 경기회복을 이끌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단기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이 상승해도 우선 경제부터 살리고, 차후 경기회복에 따른 세입확충으로 재전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활력·일자리 예산 2014년도 예산안'을 의결, 오는 10월 2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 진입..105.9조원 편성
정부 스스로 '경제활력·일자리 예산'이라고 부르는 내년도 나라살림은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
분야별로 ▲보건·복지·고용 105조9000억원 ▲일반·지방행정 58조7000억원 ▲교육 50조80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23조3000억원 ▲문화·체육·관광 5조3000억원 등 총지출 357조7000억원이 짜여졌다.
특히 이번 예산안은 시대의 화두가 된 복지 분야의 예산지출이 눈에 띈다. 내년도 복지 관련 예산지출은 총지출 대비 29.6%를 차지하는 10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97조4000억원)보다 8.7%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초로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연 5만원 수준인 어린이 필수예방접종비가 무료로 바뀌며, 국공립 어린이집도 올해 96개에서 내년 121개까지 늘어난다. 또 셋째아이 이상 대학 등록금도 연 450만원씩 지원된다.
65세 이상 소득하위 70%인 어르신에게는 기초연금이 올해 10만원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최대 20만원까지 지급된다.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의료비도 본인부담금이 오는 2016년까지 연 60만원까지 경감된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바우처 지원도 올해 73만 가구에서 내년 94만4000 가구로 늘리고, 지급액도 올해 월 8만원에서 내년 월 11만원 수준으로 올린다.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를 올해 83만 가구에서 내년 약 110만 가구까지 확대해 지원한다.
◇'일자리'만이 살 길..일자리 예산 11.8조원
일자리 예산도 올해보다 7.7% 늘어난 11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고용률 70% 달성과 경기회복을 위해 일자리 창출에 정책적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다.
청년층 일자리를 위해서는 총 221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1050개 기업에 일-학습 병행시스템을 도입한다. 또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올해보다 143억원을 늘려 총 328억원을 투입, 해외취업·창업·인턴·봉사 등의 통합정보를 제공한다.
여성 일자리를 위해서는 직장어린이집 신규설치를 올해보다 30곳 확대된 90개소까지 늘린다. 보육교사 인건비도 중소기업 기준으로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까지 늘려 지원한다.
중장년층 일자리를 위해서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올해보다 3곳 늘어난 28개소를 운영해 전직서비스를 강화하고, 중장년취업아카데미를 신설해 1000명의 일자리를 늘린다.
경험 많은 실버 세대를 위해서는 '괜찮은 일자리' 발굴 등 노인 일자리를 32만명까지 대폭 확대하고, '이야기 할머니 사업'을 올해보다 1100명 늘어난 2000명까지 확대해 여성 노년층의 일자리를 돕는다.
◇SOC 및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예산지출은 '팍팍'
반면에 SOC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각각 올해보다 -4.3%, -1.7% 감소한 23조3000억원, 15조3000억원이 편성됐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SOC·산업 등은 그 동안의 투자와 경제여건을 감안해 투자규모 확대보다는 운영 효율성 제고에 주력하겠다"며 "투자 내실화에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SOC 투자는 올해 24조3000억원에서 경제위기 이전 수준인 23조3000억원으로 1조원 줄었다. 하지만 연구개발(R&D) 시설 투자 등으로 건설 투자 규모는 올해 60조3000억원에서 내년 60조5000억원으로 2000억원 늘었다.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는 수출역량단계별 지원을 올해 280억원에서 내년 380억원, 오는 2017년 400억원까지 늘려 수출 지원을 확대한다.
또 내년 2403억원의 예산을 들여 경자구역·자유무역지역·외투지역 등 경제특별구역 기반시설을 구축해 국내외 기업투자 인프라를 확충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와 투자여력 확충을 위해 융자·보증·보험 등 정책금융운용 규모도 올해 82조원에서 13조원 늘어난 95조원으로 확대된다.
소상공인에게도 올해보다 1650억원 늘어난 9150억원의 정책자금이 지원되며 2500개의 골목수퍼가 현대식 점포인 나들가게로 바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