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SDS가 네트워크 서비스사인 삼성SNS를 흡수합병하게 되면서 최대 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지가 한층 더 강화됐다.
또 이번 합병으로 한껏 덩치를 키우게 된 삼성SDS는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001300) 부사장 등 삼성가 '3남매'의 지분이 총 17%에 달한다는 점에서 향후 후계구도를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낙점된 가운데, 그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조정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 특히 그룹 내 대표적인 비상장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가 잇달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회사의 사업영역 확대가 향후 기업공개(IPO) 시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27일 삼성SDS가 공시를 통해 밝힌 대로 삼성SNS에 대한 합병이 완료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10%를 넘어서게 된다.
양사의 합병 비율은 삼성SDS 1대 삼성SNS 0.462로, 삼성SNS 주식 2.16주당 삼성SDS 주식 1주를 지급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약 232만주의 삼성SDS 주식을 취득하게 되며, 이에 따라 지분율은 기존 8.81%에서 11.3%로 급상승한다.
삼성SDS 측은 이번 인수합병의 가장 큰 배경이 사업 무대를 해외로 넓히기 위한 발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국내 위주로 진행되던 사업구조가 해외 중심으로 재편되는데 있어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커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차세대 IT산업 분야에서
삼성전자(005930)와 삼성SDS간 협력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SDS가 추진해 나가고 있는 사업영역 중 특히 MDM(모바일디바이스관리), MES(생산공정관리시스템), 클라우드 등은 소프트웨어, ICT 분야를 키워나가고 있는 삼성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지난 24일 제일모직이 삼성에버랜드로 패션사업 부문을 이양한 것 또한 이번 인수합병과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재계가 삼성그룹 계열사간 진행되는 사업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그룹 내에서 담당하게 될 역할도 초미의 관심사다.
재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연내 사명을 변경하고 삼성전자 계열사로 편입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서현 부사장이 삼성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기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패션을 떼어낸 제일모직에 이 부사장을 묶어두기 보다 패션사업이 이관된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겨 전공을 살리는 게 아무래도 상식적이란 분석이다.
이 경우 이 부사장은 제일기획과 에버랜드 사장을 겸임할 가능성이 높다. 언니인 이부진 사장의 전례를 따르는 것으로 무리 또한 없다. 같은 지분(8.37%)을 든 두 사람을 에버랜드 내 동등한 위치에 포진시킴으로써 협업과 견제를 꾀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25.10%의 지분을 보유, 에버랜드 최대주주에 등재돼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있는 사실상의 삼성그룹 지주사다.
재계 관계자는 "일련의 사업조정들이 실질적으로 계열사간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등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비상장사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사업조정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