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암 창원시 새야구장사업단장. (사진=이준혁 기자)
[창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진해 야구장 입지의 번복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리고 행정 행위는 용역 결과를 무조건 맞춰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다. (NC가) 야구장 입지에 불만이 있어 떠난다면 잡지 않겠다. 경기도 쪽에서 제안을 받고 옮겨갈 고민을 한다는 첩보도 들었는데 쉽지않을 것이다"
이용암 창원시 새야구장건립단장의 표정은 의외로 덤덤해보였다. KBO를 비롯한 야구와 관련된 국내 대부분 기관과 단체는 물론 이제는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도 창원시에 입지 변경을 직접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이같은 위기 상황에도 그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프로야구 제9구단' NC의 유치로 인한 야구장의 건립 문제를 놓고 야구단 연고 지자체인 경남 창원시와 국내 야구계의 갈등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2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초 (사)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에게 의뢰해 최근 제출받은 '창원시 신축야구장 부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후 야구계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고 창원시에 신축 야구장의 입지 변경을 일제히 요구 중이다.
25일 프로야구 원로선수 모임인 일구회와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한은회)를 시작으로, 현역 프로야구선수 모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이 나섰고, 급기야 그간 명확한 입장표명을 꺼리던 NC도 나섰다. 창원 시민들이 많은 NC의 팬클럽도 시의 압박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8월30일 오후 이용암 단장과의 인터뷰를 가진 바 있다. 창원시가 신축 야구장을 건설하기 위해 법적으로 필히 해야할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 서류를 안전행정부에 제출한 직후다.
그리고 많은 주변 상황이 달라진 한달 만에 다시 인터뷰를 실시했다. 제반 여건이 바뀐 상황에서 시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다. 이번에도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맡긴다.
다음은 일문일답.
- KBO의 보고서 발표를 시작으로 야구계 주요 단체가 일제히 새 야구장 입지를 진해 이외의 지역으로 바꾸라고 요구한다. 창원시의 입장은 무엇인가.
▲새 야구장의 입지는 3단계에 걸쳐서 전문기관 용역을 거쳤다. 또한 용역은 물론 가장 중요한 창원 시의회의 동의안을 승인받아 결정한 사안이다. 입지 결정에 대한 행정행위를 의사결정과 확정 등으로 이미 시민에게 공포한 상황이다. 도시계획 절차 용역 시행과 GB의 해제 등도 8개월여 동안 많이 추진됐다.
110만 시민의 동의에 의해 결정된 것을 시장이 함부러 바꾸는 것은 정상적 행정이 아니다. 게다가 시민들은 대다수 찬성한다. 오직 야구 관계자만이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한다.
이미 시의회 의결 절차를 거친 시민들이 바라는 사업이다. 되돌아 가기에는 이제는 너무 멀리 왔다. 만약 돌아간다면 그간 쏟아부은 비용과 시민의 정서적 피해가 막대하다. 버스를 타고 동일한 목적지를 향해 세갈래의 길을 가는데 한갈래를 선택해 이미 목적지까지 30% 이상의 거리에 도착했다고 보면 된다.
- KBO는 창원시의 타당성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우리 시(창원시)에서는 2011년 7월 시작된 1차 조사에서 34개소의 후보지를 결정했다. 이후 2차 조사에서는 5만 평방미터가 넘는 후보지 11개소를 선택했고, 그중 지역별 안배를 위해 옛 창원 지역 2곳, 옛 마산 지역 2곳, 옛 진해 지역 2곳을 가지고 마지막 3차 타당성 조사용역을 수행했다.
창원시는 접근성 및 이동성, 소요비용, 지역발전 기여도, 사업의 용이성, 적합성 등 5개분야 16개 항목의 평가지표를 정했다. 그리고 용역을 진행한 업체는 관련법이 정한 전문 기관이다.
창원시는 예전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한 특수성을 갖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가치는 창원시가 안고 가야하는 중대한 과제다. 야구장 입지 선정에 있어 이같은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KBO가 도시의 팽창과 발전 그리고 균형발전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흥행성만을 고려해 당장 눈앞에만 보이는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창원시의 용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치 판단의 차이'라는 것이다.
창원시는 오히려 KBO가 지역의 특수성과 도시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 몇년 흥행성만 평가해 용역을 입찰해서 결과를 낸 경우로 보기에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110만 시민의 삶도 보고 있다.
- 그런데 이번에 NC다이노스까지 강력한 어조로 입장을 내놨다.
▲NC는 지난 1월30일 우리 시(창원시)가 진해 육군대학부지로 새야구장 부지를 발표하자 직접적인 의견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KBO와 스포츠지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해오다가 이번에 드디어 장시간 감춰온 가면을 벗었다. KBO와 모든 야구계의 이익단체, NC가 한데 입을 맞추고 야구장 입지를 싹 바꾸려 한다는 생각도 든다.
KBO는 관중의 수를 늘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단체다. 연고지역 주민의 삶과 도시의 균형적인 발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단체다. NC가 KBO의 뜻에 맞춰서 부화뇌동한다고 보여 안타깝다.
진해 야구장 입지의 번복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리고 행정 행위는 용역 결과를 무조건 맞춰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아니라 (NC가) 야구장 입지에 대한 불만이 있어 떠난다면 잡지 않겠다. 우리는 지역주민들의 생활이 소중하다. 경기도 쪽에서 제안을 받고 옮겨갈 고민을 한다는 첩보도 들었다. 그러나 쉽지않을 것이다.
- KBO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타당성조사를 결과를 창원시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KBO 용역의 진행 방법은 임의적인 설문 방법으로 시민, 마산 야구장 관중, 야구 관계자의 설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지역별(옛 창원, 마산, 진해) 인구 비율별로 표본을 선정해 진행했고 이는 당연히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옛 진해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사가 나온 주요한 원인이다. 처음부터 진해 야구장의 입지를 나쁘다고 하기 위한 작위적인 조사다. 우리가 KBO가 발표한 용역 결과를 전혀 살피지 않는 이유다.
KBO는 프로야구 흥행의 관점으로 가중치를 부여하며 용역을 실시했다. 하지만 우리(창원시)는 도시의 팽창과 성장 및 발전, 소지역간 균형발전 등 우리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요소를 많이 살폈다. 우리는 지역은 물론 야구로서도 백년대계를 보는 결정이라 자신한다. 그래서 우리는 객관적인 조사로 가장 좋은 곳으로 명백하게 판명된 진해에 야구장을 지을 예정이다. 진해 아닌 다른 곳은 생각조차 않고 있다.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홈구장 입지로 창원시가 발표한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 (사진제공=창원시)
-서로 의견이 무척 팽팽하다. 의견을 좁힐 기회는 없었나.
▲야구장 입지 선정 이후 다양한 관계자와 만남의 시간을 마련했다. 비공식 만남을 포함해 KBO와 NC를 5~6회 만났고, 그들(KBO, NC 등)이 우려하는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과 계획을 설명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옛) 육군대학 부지에 대해 "새야구장의 입지로 진해는 부적합하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마치 수십여년 이전의 '산으로 둘러싸인 군사도시 진해시'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은 듯 했다. 무지한 상황이거나 편협한 생각이다.
대화가 오가야 하는데 통로가 막혔다. 입지는 우리시(창원시)와 NC가 결정하는 것인데 중간에 KBO가 끼어서 과정을 복잡하게 꼬고 있다. 결국 야구계 전체의 문제로 이어지며 파국을 앞두고 있다.
지금은 냉각기가 아닐까 싶다.
- KBO가 집요하게 문제를 삼는 교통 접근성, 관중 동원력 등에 대해서 창원시는 대책이 무엇인가.
▲야구장 사업 부지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서 사업 부지와 접한 국도2호선에 입체 교차로를 설치해 신축 야구장에 직접 접근이 수월하게 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새 야구장으로 연결되는 귀곡동~행암동 연결도로 등 동서축 3개 노선, 제2안민도로 등 남북축 도로망 4곳 등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또한 철도와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체계도 야구장 위주로 정비할 것이다. 야구 경기일에 맞춰 서울시가 운행하는 형태의 맞춤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NC의 홈경기가 진행되는 날에 마산역을 출발해 창원역과 신창원역, 진해역을 연결하는 특별 열차를 운행하도록 코레일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특별열차는 창원시가 코레일에 비용보조를 해서라도 야구팬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수차례 운행할 것이며 진해구장 남쪽에서 경기가 열리는 시점마다 임시역을 운영할 것이다. 특별열차를 타면 신창원역과 진해구장 임시역은 15분 정도로 크게 가까워진다. 진해구장의 접근성 논란이 근원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 KBO가 연고지 변경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협약서 상에 문제는 없나. 이에 대한 창원시의 입장은 무엇인가.
▲창원시는 협약서 작성 이후 단 한 번도 협약 내용을 어기지 않았다. 협약서에는 "프로야구장은 창원시가 건립하고 NC는 새 야구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한다"고 기재돼 있다.
오히려 KBO가 NC의 연고지를 변경하게 되면 KBO가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실현될 경우 발생할 모든 법적인 책임은 KBO에 있음을 명확히한다.
지금 단계는 협약을 이행 중인 상황이기에 연고지이전의 거론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보는데, 만약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110만 시민들 모두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진해 야구장 입지의 번복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른 이유가 아니라 야구장 입지에 대한 불만이 있어 NC가 떠난다고 하면 잡지 않겠다. 창원시는 시민들이 소중하다.
- 지난 8월30일 진해 새 야구장의 투융자 심사를 신청했다. 지금 마찰이 심각한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지난달 안전행정부의 지방재정 투융자심사에 제출한 내용은 기존 1차와 2차에 나온 보완할 내용을 중앙정부의 요청에 맞춰서 모두 보완한 내용이다. '보완하라'는 내용을 말끔하게 보완했기 때문에 통과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만약 KBO, NC와의 갈등이 일부 심사에 영향을 미쳐 지연된다면 이는 KBO와 NC에 책임이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시로서는 KBO와 야구계의 현재 상황이 이해가 안된다. 여론 수렴과 용역 절차 등을 1년6개월여 이미 거친 상황에서 바꾸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기존 그린벨트 해제, 토지 소유권 이전, 각종 도시계획 절차 등을 밟고 있다. 이미 상당부분 절차를 이행하고 있는 사업을 중간에 바꾸라 한다면, 이에 따라 찾아올 혼란과 사회·경제 비용은 야구계 측이 책임질 것인지 우리(창원시)는 묻고 싶다.
전혀 불가능한 사안을 계속해 압박하니 우리 입장에서는 전혀 퇴로가 없다. KBO가 행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퇴로를 보고 압박해야 하지않나 싶다.
NC도 연고지 이전과 같은 문제는 함부로 쉽게 결정하지 않으리라 본다. 이미 투자한 수십억원의 비용은 둘째치고 시민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다. 그들도 많은 부담이 있을 것이다. 오는 2016년부터 지금 진해에 짓는 야구장에서 멋진 야구를 선보이길 기대한다.
우리는 지금의 갈등이 좋은 야구장을 건설하기 위한 과정의 하나로 본다. 다행히 지역 정치권에서 나서 중재의 노력을 하고 있기에 조만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이제 모두의 힘을 합쳐 진해에 짓는 야구장이 더욱 좋은 야구장이 되도록 더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창원시 새야구장사업단이 위치한 진해구청. (사진=이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