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토리)MB정부에서 '1인당 세부담' 통계가 사라진 까닭

입력 : 2013-09-30 오후 6:02:07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지난주 정부가 내년에 쓸 예산안을 확정해서 발표했는데요. 어떤 사업예산이 늘고 주는지도 관심을 끌었지만, 또 하나 국민들이 주목했던 소식은 1인당 세(稅)부담이 얼마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에 우리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할 세금은 약 550만원으로 올해보다 10만원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세금부담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서 국민들은 가슴 한켠은 답답하기만 한데요.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정부 역시 이 '1인당 세부담' 통계에 대해 아주 불편해하고 가슴답답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정부의 답답함과 국민들의 답답함의 이유는 정반대입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선 해마다 세금부담이 늘어난다고 하니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지만, 정부는 이렇게 세금부담이 늘어난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 자체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1인당 세부담은 정부가 직접 통계를 내서 언론에 알린 것은 아닙니다.
 
정부에서는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수입으로 얼마나 들어올 것인지 하는 세수입 전망치를 발표한 것인데, 언론에서 이것을 인구수로 나눠서 1인당 세부담을 계산해 보도한 것이지요.
 
올해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것은 내년 218조5000억원이라는 국세수입예산안 뿐이지만, 언론에서는 여기에 안전행정부의 내년 지방세입 추계 57조9000억원을 더한 후 올해 추계인구 5022만명을 나눠서 1인당 약 550만원이라는 숫자를 도출해냈습니다.
 
정부에서는 매년 보도되는 '1인당 세부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는데요.
 
"현실과 맞지 않는 통계를 왜 보도해서 혼란스럽게 하느냐"는 불만을 터뜨리는 정부 관계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1인당 세부담 통계가 의미가 없고, 현실에 맞지도 않는다는 정부 주장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우선 1인당 세부담이 세금총액 절대치만 나타내고 있어서 실제 각 국민들의 세금부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법인들이 납부하는 법인세의 경우 개인의 세부담과 무관하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내년 전체 국세수입의 21%는 개인이 아닌 법인들이 납부하는 법인세수이고, 국세수입의 28%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수입의 상당부분은 법인들이 자재 등을 수입할 때 납부하는 수입부가가치세수입니다.
 
정부 주장의 또 하나의 근거는 면세점에 해당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겁니다.
 
소득세의 경우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에 속한 국민들이 전체 소득세 납부대상자의 40%에 달하는데 이를 단순하게 1인당 세부담으로 해서 모든 사람이 동일한 세금을 내는 것으로 오해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런 보도를 하는 언론사는 이상한 통계를 이용해 국민들을 선동하는 나쁜 언론들인 것이죠.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의 이런 이유는 그야말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중요한 경제통계로 삼고 있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만 하더라도 국가 영토내에서 발생하는 국민들이 생산활동에 참가해서 대가로 받은 소득 일체와 부가가치인 국민총소득을 단순히 인구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역시 모든 국민이 생산활동에 참여해 대가로 받은 소득의 총합계에서 인구수를 나눈 통계입니다.
 
단순히 총액을 인수구로 나눈 1인당 세부담이 의미가 없는 통계라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1인당 GDP나 1인당 GNI 역시 의미가 없는 통계가 되는 것이죠.
 
1인당 세부담에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의 국민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잘못된 통계라는 것도 마찬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는 주장입니다.
 
1인당 GDP가 3만달러가 된다고 한들 세살먹은 아이가 3만달러를 생산했겠습니까? 길거리의 걸인들이 구걸로 3만달러를 챙겼을까요?
 
사실 정부는 지난 2009년에 발표한 2010년도 예산안까지는 1인당 세부담액을 직접 보도자료로 발표했었습니다. 앞으로 1인당 세금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였었죠.
 
그런데 2010년에 2011년도 예산안을 발표할 때부터는 이 자료를 쏙 빼고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세금부담을 굳이 홍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죠.
 
특히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펼쳐 세금부담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세금부담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서 앞으로 세금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도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로서는 입맛에 맞는 통계만 인정하고 싶겠지만, 국민들의 눈을 속이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료=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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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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