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세계 경제대통령의 진짜 소통을 기대하며

입력 : 2013-10-01 오전 11:23:39
요즘 언론에서 많이 쓰는 말 중의 하나로 '소통'이란 단어가 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모두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소통이라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뜻이 서로 통해서 오해가 없는 것을 말한다.
 
앨빈 토플러 이후 최고의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다니엘 핑크'가 쓴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는 타인과 감정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세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내적 동기를 건드릴 때 진짜 소통이 시작되고, 이러한 소통을 통해 자신과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사람이 진짜 리더라는 것.
 
시장 참여자들도 소통을 원한다. 여기서의 소통이란, 시장의 기대와 이를 반영한 정책을 의미할 것이다.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앙은행 수장들의 입에 따라 춤을 췄다. 이에따라, 중앙은행들과 시장간의 소통 문제는 늘 중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세계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전(前)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비밀주의의 대표주자로 유명하다. 과거 의회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 한 의원이 “무슨 얘기인지 잘 알겠다”고 하자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의원님이 내 얘기를 이해했다면 내가 말을 잘못한 것”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린스펀은 철저하게 계산된 발언만을 했고, 최대한 연준의 통화정책을 사람들에게 공표하지 않았다. 투명성은 부족했지만, 시장혼란을 줄이고 장기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반면, 벤 버냉키 의장은 전임자인 그린스펀 의장과는 달리 최대한 국민들과 소통하려고 애쓴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1년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부터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직접 설명했고 사상 처음 금리 전망치를 내놓았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며 직접 소통에 나서 주목 받기도 했고, 연준의 트위터(Twitter) 계정(@federalreserve)을 개설하기도 했다.
 
특히, 그린스펀이 두루뭉술하고 뜬구름 잡는 식의 애매모호한 화법을 사용했다면, 버냉키의장은 시장에 단도집입적이고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버냉키의장의 직설적인 발언은 금융시장을 크게 움직였다. 지난 2009년 2월에는 연준이 1차 양적완화(QE : Quantitative easing) 조치를 시행한다는 발표에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가 3% 가깝게 급등한 반면, 2011년 3월 의회 증언 후에는 S&P 500지수가 1.4% 급락한 바 있다.
 
지난 5월22일에도 "앞으로 몇 차례 FOMC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는 발언에 증시가 급락하며 '버냉키 쇼크'란 말이 나왔다.
 
이후, 6월19일 "경기상황을 감안해 연내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해 내년 중반에 종료할 것이다"는 발언이 이어지며, 변동성을 키웠다. 나름 소통을 강화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에 정확한 메세지를 주고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키우고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불편한 관계였던 버냉키 의장과 시장이 최근엔 다시 친구가 된 듯 보이지만, 버냉키는 여전히 프리미엄 보다는 리스크요인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
 
이러한 버냉키 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끝난다.
 
이에 요즘 미국의 새로운 연준의장에 대한 하마평이 한창이다. 현재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가득한 가운데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수장이 바뀌게 생겼으니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오바마 대통령이 조만간 차기 연준의장을 지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후보 낙마로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이 유력한 후임자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누가 차기 연준의장이 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시장과 소통을 중시했던 버냉키 의장의 뒤를 따르던, 아니면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전 정책으로 복귀하던, 진짜 소통을 시작하는 시장 진화의 소방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선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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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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