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또다시 전세계가 충격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일 도쿄전력은 지난 19일 제1원전 냉각수 탱크에서 초고농도 방사성물질 오염수가 300톤 가량 외부로 새 나갔다고 밝혔다. 이 오염수의 방사능 농도는 리터당 8000만 베크렐로, 기준치의 수백만배에 달한다.
도쿄전력은 또한 이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직접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번 사고 등급을 3등급으로 규정했다. 이는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7등급(심각한 사고)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방사능 오염수의 누출은 원전사고 초기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다. 하지만 2년반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전되자,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큰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괴담’으로만 치부해 왔던 전지구적 재앙 가능성을 더 이상 부인할 수 만은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정부당국과 도쿄전력이 보이고 있는 무능력과 기만이다. 이들은 정보를 국내외에 공유해 사고를 조기에 수습하는 것보다는 위험성을 축소 은폐하는데 급급했다.
지난달에는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오염수의 바다 유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국민의 건강보다는 정권유지를 더 우선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본정부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는 ‘신뢰의 위기’인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교훈을 얻어야 할 점이 있다.
국정원이 부당하게 국내정치에 개입해 사실상 ‘부정선거’를 자행했다는 주장은 지난 대선 직후만 해도 ‘괴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혹은 끊임없이 터져나왔고, 결국 전직 국정원장과 경찰청장이 국정조사를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진실’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지난 MB정권 5년은 ‘쇠고기 수입파동’으로 시작해 ‘4대강’으로 끝났다. 임기 내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고, 실제로도 국민들을 속여왔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 박근혜 정부는 시간이 있다. ‘신뢰의 위기’가 고착되기 전에 국민들의 의혹을 깨끗이 털어내야 한다.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 ‘나 몰라라’하는 것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후쿠시마 사태로부터 배워야 한다.
손정협 IT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