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오는 30일 상장을 앞둔 현대로템의 흥행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감 속에 위축됐던 기업공개(IPO) 시장의 부활 가능성을 가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은 그동안 부진했던 공모시장에서 모처럼 등장한 대어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와 달리 현대로템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향후 예정된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 LG실트론, 포스코특수강의 상장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2년만에 돌아온 대어..공모규모만 최대 6000억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오는 16일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3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격은 1만7000~2만3000원으로 이전 벨류에이션 하락에 따라 상장연기 당시 제시됐던 2만원대 초중반의 희망가격에서 대폭 할인한 수준이다.
이에 따른 공모규모는 최대 6224억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8000억원에서 2000억원 가량이 줄어들었다.
최대 6000억원대 공모는 최근 2년동안 IPO 시장에서 이뤄진 공모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 2011년 현대위아와 한국항공우주는 각각 5200억원, 5675억원을 기록했고, 하이마트와 GS리테일은 4197억원과 3003억원, 지난해에는 CJ헬로비전만이 3022억원 규모의 공모에 나선바 있다.
◇흥행성공한 경쟁작 KAI 뛰어넘나
이같은 대규모 상장에 나서는 현대로템의 흥행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가장 최근 비슷한 규모로 지난 2011년 상장한
한국항공우주(047810)의 상장 이후 성적이 주목받고 있다.
두 회사는 공모규모와 시가총액이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6월30일 상장했던 한국항공우주는 공모가가 1만5500원으로 희망밴드(1만4000~1만6000원) 상단에서 결정됐으며, 공모규모도 현대로템와 비슷한 약 5700억원이다. 또 현대로템의 예상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2조원 초반을 기록했던 한국항공우주와 비슷하다.
한국항공우주는 상장 당일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5% 오른 1만9300원을 기록하며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했다. 거래 첫날 공모가대비 5000원가량 오른 2만2150원에 거래를 마쳤고, 거래량도 2300만주에 달했다.
연말에는 종가가 3만9550원을 기록해 공모가대비 155.16%의 주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한국항공우주가 흥행을 거둔 이유로 국내 유일무이한 항공기 제작자로서의 방산시장 지배력, 상장을 앞두고 진행됐던 T-50의 인도네시아 수출과 추가수주 모멘텀 등을 꼽았다.
여기에 5조원을 뛰어넘는 수주잔고와 해외 다목적 헬리콥터 수리온(KUH)의 성장 기대감도 한 몫 했다.
때문에 견조한 실적과 영업안정성이 높은 현대로템의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한국항공우주의 흥행성적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덩치는 크지만 오버행·성장성 '관건'
업계에서는 현대로템의 흥행 성공여부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처럼만의 흥행 대작을 기대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철도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현대로템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에만 매출 1조4740억원, 영업이익 935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업종 특성상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지속적인 해외 수주 노력을 통해 완만한 수준의 상승세는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홍콩, 이집트와의 9200억원 규모의 수주에 이어 지난 4월에도 인도 델리 지하철공사와 2017년까지 1조원 규모의 전동차 사업 계약을 체결해 이같은 지속적인 수주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잇단 수주소식에도 오버행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어 무조건 흥행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IB담당자는 "현대로템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의 엑시트를 위해 상장이 꼭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져 왔다"며 "2대 주주인 모간스탠리 PE의 보유물량 2708만주 중 상장직후 시장에 나오는 600만주(7.1%)의 구주매출분에 따른 일부 오버행 우려도 무시하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모가 상단기준으로 상장후 4850억원 가량의 블록딜 가능성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호실적을 지속하는 플랜트 부분의 수주실적이 현대차그룹 등의 계열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정부의 상생협력 방안에 따라 자칫 된서리를 맞게된다면 기업가치 면에서 주목할만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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