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팀 KIA 타이거즈와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 무등구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KIA는 4일 무등구장에서 열릴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지난 32년간 홈구장으로 써오던 무등구장을 떠나게 된다.
내년부터 KIA의 홈경기는 무등구장 바로 옆에 지어지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치러지게 된다. 새 홈구장은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2014년 시즌부터 KIA의 홈구장의 역할을 할 '광주-기아 챔피언스 파크'에서 바라본 무등구장. (사진=이준혁 기자)
◇'단일구장 1천만명' 관중 수 써낸 무등구장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에 있는 무등구장은 본래 1965년 열린 제48회 전국체전을 대비해 건설된 야구장이다. 이후 1982년 프로야구 출범부터 지금까지 해태와 기아 홈구장으로 사용되면서 '호남 야구의 성지'로 불리웠다.
펜스 길이는 중앙이 118m며 좌우로 각각 97m다. 가운데 펜스 막음판 높이가 6.9m로 적잖게 높아서 미국 보스턴의 '그린 몬스터'와 비교되는 때도 있었다.
한때 '타이거즈 왕조'로 불리울만큼 홈팀의 빼어난 경기력에 힘입어 무등구장은 수많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26만1182명의 관중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59만2653명이 입장해 구장 사상 최다 관중 수를 기록했다. 32년간 누적 관중은 총 1030만1631명이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설이 노후화돼 대구구장과 함께 '노후 구장'의 대명사로 불리웠다. 2007년 보수 이전까지는 낙후한 인조잔디로 인해 선수의 부상이 빈번해 '부상 구장'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2003년 7월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잔디에서 논바닥에서나 서식하는 물방개가 발견돼 '물방개구장'이란 오명도 썼다.
◇고별 경기는 KIA 순위와 가을 야구 판도를 판가름
이번 시즌 프로야구는 KIA가 8위로 추락하면서 가을 야구 진출구단이 서울 3개팀과 삼성 라이온즈로 정해졌다.
하지만 '무등야구장 최후의 고별전'으로 기록될 4일 경기는 KIA 외에 상대팀인 넥센에게도 중요한 경기다.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이번 시즌 KIA 최종 순위는 물론 2위 윤곽 또한 그려지기 때문이다.
넥센은 4일 KIA, 5일 한화와의 경기를 남겨둔 상황이다. 넥센은 두 경기를 다 이겨야 자력으로 2위에 진출한다.
만약 한 경기라도 질 경우 넥센은 3위나 4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한다. KIA가 4강의 대진표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를 붙잡은 셈이다.
4일 현재 승률 4할1푼1리(51승3무73패)의 KIA는 승률 4할1푼5리(51승4무72패)의 NC에 이은 8위다. 만약 이날 KIA가 이기고 오는 5일 NC가 패하면 KIA는 NC를 꺾고 7위로 이번 시즌을 마치게 된다. KIA로서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기회다.
KIA는 4일 경기에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날 양현종이 승리를 거둔다면 팀의 유일한 10승 투수로 기록된다. 양현종은 이번시즌 '9승 3패, 평균자책점 3.19'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김진우가 이미 '9승 10패, 평균자책점 4.99'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양현종은 팀의 '희망'이다..
◇4일 경기를 끝으로 32년간의 KIA 홈야구장 역사를 마감할 무등구장. (사진=이준혁 기자)
◇'무등야구장, 그 역사의 현장에 타이거즈가 함께합니다'
KIA는 4일에 치를 경기에 각종 이벤트를 진행한다. '무등야구장, 그 역사의 현장에 타이거즈가 함께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최종전 기념 행사는 지난 32년간 팬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많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마련됐다.
선수단은 유니폼에 유니폼에 '기억할게! 우리의 무등'이란 문구를 달고 경기에 나선다. 지난 32년간 '타이거즈'의 감동과 투혼, 땀과 눈물의 의미를 기억하겠다는 목적이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팬들에게 그라운드를 개방해 무등구장을 무대로서 쌓아온 각종 추억을 되새기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무등구장 마지막 입장권의 기념을 위해 넥센전 티켓을 별도 제작한다. 입장권 1매를 별도로 증정하는 '1+1' 이벤트를 진행하고, 이날 1·3루는 자유석으로 운영된다.
한편 이날 시구는 타이거즈 원년 팬인 박질선(77)씨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