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프랑스 현대음악이 온다

진은숙의 아르스노바 III&IV '음악과 색채'
작곡가 트리스탕 뮈라이 중심으로 佛 스펙트럼 음악 조명

입력 : 2013-10-08 오후 3:28:19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현대음악 정기공연 시리즈인 서울시향 '진은숙의 아르스 노바Ⅲ&Ⅳ'가 오는 9일과 11일 세종체임버홀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아르스노바의 주제는 '음악과 색채'로, 프랑스 스펙트럼 음악의 세계를 소개한다.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는 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르스노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했다. 진 작곡가는 "(아르스노바 프로그램은) 흔히 연주 되는 곡보다는 연주가 잘 안 되는 곡들, 그러면서도 청중들에게 정말 소개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곡으로 구성된다"면서 "이번에는 프랑스 최고의 작곡가로 꼽히는 트리스탕 뮈라이의 작품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짰다"고 소개했다.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스펙트럼 음악이란 20세기 이후 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프랑스 현대음악의 한 흐름으로, 전자악기의 도움을 받아 음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미시적인 것을 뽑아낸 후 다시 거시적인 음악 구조를 만들어내는 음악을 뜻한다. 트리스탕 뮈라이는 제라 그리제이와 함께 이 스펙트럼 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로, 이번 아르스노바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트리스탕 뮈라이가 빚어낸 스펙트럼 음악의 특징은 현대음악이면서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올리비에 메시앙의 제자답게 뮈라이의 곡에서는 화성으로부터 비롯된 독특한 색감, 각기 다른 색깔이 빚어내는 세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진은숙 작곡가는 "독일식 현대음악보다는 훨씬 귀에 익고 아름다운 현대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아르스노바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프로그램은 11일 피아니스트 프랑수아-프레드릭 기가 아시아 초연하는 뮈라이의 '피아노 협주곡-세계의 탈주술화'다. 서울시향과 뉴욕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이 공동 위촉한 작품으로, 풍부하고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화음에 정교하고 화려한 피아노 작법을 배합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지휘는 스위스 출신의 지휘자 티에리 피셔가 맡는다.
 
주요 프로그램인 트리스탕 뮈라이의 곡에 맞춰 아르스노바 프로그램의 나머지 곡들도 자연스레 색채감이 뛰어난 작품들로 구성됐다.
 
먼저 앙상블로 꾸려지는 9일에는 아르스노바를 통해 익숙해진 이름인 죄르지 리게티의 '선율들'이 한국 초연된다. 현대음악 중에서 드물게 전통적인 음악 같은 일정한 흐름을 지닌 곡이다. 한국의 젊은 작곡가이자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현화의 위촉곡 '마법사의 제자'도 세계 초연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 곡에서는 여러 음과 악기의 패턴이 다양하게 반복된다. 또 인도 출신이자 최근 급부상 중인 파람 비르의 곡 '하야그리바'도 소개된다. 아시아 초연으로 연주되는 이 곡에서는 파람 비르만의 개성 있는 색채감을 느낄 수 있다.
 
이밖에 트리스탕 뮈라이의 '모래 언덕의 정령'과 올리비에 메시앙의 '천상의 도시의 색채'가 한국 초연으로 연주돼 화려한 색채의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11일에는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펼쳐진다. 주요 프로그램인 뮈라이의 '세계의 탈주술화' 외에 영국의 떠오르는 작곡가 줄리언 앤더슨의 '시간의 책' 중 1부가 아시아 초연으로 소개된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음악과는 다른, 영국 음악만의 매력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곡은 20명의 주자를 위한 곡이지만 태국에서 사용하는 거대한 타악기 공 10여 개가 등장할 예정이어서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에 편성됐다.
 
또 메시앙과 더불어 프랑스 음악의 전통을 이어오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앙리 뒤티에의 '메타볼', 다소 난해한 구조를 지닌 클로드 드뷔시의 '유희' 등도 프로그램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아르스노바에서 소개하는 곡들과 관련해 진은숙 작곡가는 "프로그램을 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얻는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드뷔시, 메시앙, 뮈라이로 이어지는 프랑스 음악의 전통을 보여주기 위해 이같이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데 사실 음악에는 감정적으로 위로 받는 것 외에 정보라는 차원, 지적인 차원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음악에서 얻는 것 이상의 차원에서 이 프로그램 통해 주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르스노바는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이나 베토벤의 '운명'과 같은 음악에서 느끼는 것과 다른 세계를 선보일 것"덧붙였다. 
 
낯설지만 새롭고 신기한 현대음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마련돼 있다. 9일과 11일 공연 40분 전에 공연장을 찾으면 진은숙의 공연 전 해설 프로그램인 '프리 콘서트 렉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이밖에 아르스노바 기간 중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과 젊은 음악가를 위한 진은숙의 '작곡 마스터 클래스', '우수학생 작품 리허설' 등도 진행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나볏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