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검찰이 봉하 e지원에서 찾았다는 대화록 초본을 공개하라는 참여정부 측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검찰이 대화록 '삭제'에 방점을 찍고, 삭제 지시자와 행위자 처벌에 수사의 목표를 두고 있으며 이것이 거절의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10일 "(초본 공개는) 법적 문제도 있다"면서 "거기서 해달라고 해도 해줄 게 아닌 것 같다. 쉬운 것이 아니다. 요구한다고 될 게 아니다"고 거절 의사를 명백히 했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대화록의 최종본과 초본은 형태가 같다. 다만 (초본은) 오류 등을 수정한 것"이라 주장하며 초본 공개를 촉구했다.
"국정원에서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한 초본은 발언자가 뒤섞이거나, 내용이 불분명하고 누락되는 등 보완할 점이 있었다"는 게 김 본부장이 밝힌 초본의 내용이다.
검찰은 봉하 e지원에서 삭제됐던 걸 복구한 초본이나 수정본, 이미 공개된 바 있는 국정원본 등 세 대화록이 대동소이하다는 지난 2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의 말을 뒤집은 상황이다.
검찰은 애초 '초본'이라는 용어를 썼으며 3가지 본이 모두 대동소이하다'고 분명히 밝혔었다. 그러나 지난 4일부터 "초본(복구본)이 원본에 더 가까운 완성본"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즉 검찰의 얘기대로라면 원본이자 완성본에 가까운 초본이 삭제됐고, 대화록은 참여정부에서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함으로 삭제행위 자체는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삭제 흔적이 있는 걸 복구한 대화록이 초본이라던 2일 중간 발표와 달리 4일부터 초본이 원본이자 완성본이라고 가치를 높이고 있다. '삭제행위'를 처벌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쉬운 일이 아니다", "요구한다고 될 게 아니다" 등 두루뭉실한 말로 딱부러지게 구체적 이유를 내놓지 않고 초본 공개 요구를 거절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초본을 공개해 이 문서가 문자 그대로 초본으로 확인되면 완성되지 않은 문서라는 의미고 이는 이관시킬 필요가 없어 '초본 삭제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검찰로서는 자칫 수사 과정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도 10일 초본은 "종이문서로 치면 대통령의 수정·보완 지시가 내려진 결재가 끝나지 않은 반려된 문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런 문서를 검찰이 '완결된 문서'며 '이관돼야 할 문서'라고 주장하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차라리 자신을 소환하라고 초강수를 뒀다.
참여정부 측은 한편 검찰이 집중하고 있는 '삭제'에 대해선 초본 내용을 삭제한 것이 아니라 표제부를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초본과 최종본은 내용이 중복되기 때문에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표제부만 삭제했고, 그렇게 하면 표제부가 삭제된 문서는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내용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삭제 복구가 아니라 발견"이라고 정정했다.
문 의원은 "검찰은 미결재 문서의 당연한 '이관 제외'를 시비하지 말고 e지원 사본에도 있고 국정원에도 있는 최종본이 국가기록원 문서관리시스템에는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는데 노력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