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대학생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서울시 '희망하우징'이 외면을 받고 있다.
150여 가구가 입주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중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다가구형'은 지난 8일 기준 148가구나 비어있다.
SH공사는 지난 7월말 7차 모집공고를 내고 다가구형 193가구, 원룸형 12가구의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공실이 발생하자 9월2일 선착순 모집공고를 발표했다. 대학가 주거난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시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임대주택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8일 기준 희망하우징 선착순 모집 현황(자료=서울시)
◇다가구 매입임대형 희망하우징, 학생 왜 안 몰리나?
특히 다가구형의 입주자 모집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청약 당시 193가구 모집에 당첨자는 80명에 불과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선착순 모집 중인 다가구형 148가구 중 100가구는 자연퇴거로 공실이 됐으며 나머지 48가구는 신규로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퇴거'에는 2년 입주기간 만료, 졸업이나 휴학으로 인한 퇴실뿐만 아니라 주거환경에 대한 불만이나 입주자 간 갈등으로 인한 계약해지도 포함된다.
최근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급된 다가구형 희망하우징은 738가구며, 이중 중도계약해지건은 360건에 이른다.
보증금 100만원, 월세 7만~9만원으로 주거비용이 시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도 학생들이 몰리지 않는 이유는 '싸지만 불편한 집'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숙사 형태로 신축된 원룸형(공릉, 연남, 정릉)과 달리 다가구형은 3명의 학생이 주방과 거실, 화장실을 함께 사용해야 하고 청소원 등 관리자가 없다.
입주자 모집공고문에도 '다가구형은 공동주택과 같이 청소원 등 관리자가 없으므로 스스로 계단, 현관, 주차장 등 공용부분은 당번제를 정해 청소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도시가스료, 공동전기료, 정화조청소비 등 공동요금도 자율적으로 배분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학생들이 자율 생활규칙을 정하고 운용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공용공간 청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입주민 간 분쟁이 발생한다. 때문에 서울시는 지역별 임대지원센터 8곳을 운영하고 모집공고문에 '남녀혼숙 등 사회적문란행위, 상습음주, 고성방가, 악취 발생원인 제공 등으로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퇴거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사적 분쟁에 강제로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분쟁조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SH공사 홈페이지 캡쳐)
◇서울시 "청소인력 배치, 오리엔테이션 강화 등 대책 마련"
이런 문제점에 대해 시는 청소인력을 배치해 주택관리를 지원하고 오리엔테이션을 강화해 입주민 분쟁을 예방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SH공사 관계자는 "학생들이 5000원씩이라도 관리비 명목으로 부담하게 해서 청소용역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유의사항 안내 정도로 간단하게 진행했던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내실화해 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원하는 룸메이트를 구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방안과 학생자치를 주도할 '리더'를 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SH공사는 지난달 30일 다가구 희망하우징 공동체활성화를 추진할 용역을 입찰 공고했다. 기간 10개월, 소요예산 3000만원 규모로 성북구 정릉동과 노원구 공릉동 시범가구 입주민 63명을 대상으로 공동체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목표다.
학생들이 현장답사 시 시설물과 주변환경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입주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자치구별 통합관리센터에 전화로 신청하면 주택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아울러 공동체 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성숙한 자세도 요구된다. SH공사 관계자는 "대학생도 성인인 만큼 함께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H공사는 겨울방학 전 발표 예정인 8차 공급계획에 검토 중인 대책을 반영하고 내년도 대학생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적극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다가구주택, 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