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낮춘 데 이어 프랑스계 증권사인 CLSA가 한술 더 떠 -7.2%로 낮추는 등 해외발 비관론이 확산하자 국내 증권사들은 전망치 추정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CLSA는 전날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7.2%로, 내년 전망치는 0.7%에서 -3.3%로 하향조정했다.
CLSA는 한국이 신용위기로 파생된 세계적, 동시다발적 경기 하강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사상 유례없는 참담한 국면을 맞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구조적으로 훨씬 강해졌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아진데다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가 늘어난 채 세계적인 경기하강의 핵심권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대중국 노출도가 크고, 재벌기업들은 하강하는 세계 상품과 기술 사이클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게 CLSA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기하강 기울기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6.9%)보다 더 가팔라질 것이고, 기간도 2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CLSA는 판단했다.
BNP파리바(-4.5%), 도이체방크(-4.0%), UBS(-3.0%)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CLSA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올해 경제 성장률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IMF는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2%에서 마이너스 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을 포함한 유력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인 0.5% 성장하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어 수출 비중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의 성장 전망치를 대부분 크게 낮췄다.
국내에서는 동부증권(-1.5%), 현대증권(-0.7%), 동양종금증권(-0.3%) 등이 올해 GDP 성장률이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부분 증권사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낙관론을 유지하는 증권사들은 해외 기관의 마이너스 전망치는 한국에 유리한 다양한 변수들을 간과한 채 계산한 것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투자증권 주이환 연구원은 "IMF는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과장했고, 경제규모는 5분의 1 수준인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우리나라를 같은 기준으로 분석했다"며 "민간소비에 과잉요소가 없고, 건설투자에 경기부양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도 간과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유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국제기구와 외국계 증권사·IB는 상대적으로 정부의 압력에서 자유롭고 여러 나라를 놓고 보유비중을 조절하는 입장이어서 나쁜 곳은 극단적으로 나쁘게, 좋은 곳은 극단적으로 좋게 전망한다"면서 "경제전망은 외생변수가 얼마나 나빠질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가정을 넣어 도출하는 것이어서 가정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번 금융위기가 미국 중심 위기에서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전세계적인 경기하강의 시발점인지, 금융시스템을 살리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볼 것인지 아니면 실물경기하강이 다시 금융의 발목을 잡을 것인지에 대한 평가에 따라 전망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