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①STX 승부수, 플랜트 버리고 상선 집중..묘수인가 악수인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상선 인력↑ 해양플랜트↓
상선 집중 전략..가격 앞세운 중국과의 차별화가 관건

입력 : 2013-10-14 오후 9:21:2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조선해양(067250)이 초심으로 돌아간다.
 
자본과 기술이 열세인 해양플랜트에 무리하게 후발주자로 뛰어들기 보다 강점을 보여온 일반상선 분야에 집중해 조기 경영 정상화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딱히 대안도 없었지만 '악수'가 될 수도 있는 '묘수'를 던졌다는 게 중론이다.  
 
STX조선해양은 강덕수 회장에 이어 류정형 신임대표가 취임한 뒤 대대적 인력 및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정상화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향후 STX조선해양의 행보를 보여주는 말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지난 2일 열린 취임식에서 류정형 대표는 "지금까지 사업 다각화와 확장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상선과 특수선, 중소형 해양지원선 건조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해 이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STX조선해양이 크루즈사업, 해외조선소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끊임없이 외형을 확장했던 것에 비하면 류 대표의 말은 초심으로 돌아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상선 인력↑ 해양플랜트↓
 
류 대표는 취임 직후 정상화 작업 첫 단계로 지난 8일 인력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전체 임원 수의 40%, 팀 수의 67%로 감축하는 대대적인 개편이었다.
 
특히 해양플랜트 관련 팀이 개편 핵심이었다. 이들 인력은 일반 상선 분야의 영업과 기술 분야로 대거 이동했다. 설계가 핵심인 해양플랜트 설계팀의 경우 1개팀만 남은 상황이며, 이마저도 상선 분야를 주요업무로 설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STX조선해양이 사실상 해양플랜트 분야를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STX조선해양도 굳이 이 같은 분석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것으로, 플랜트보다는 상선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도 최대한 단순화시켰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총괄 부사장직이 없어지고 파트장의 결재권을 회수하면서, 결재단계도 7단계에서 4단계로 대폭 간소화됐다. STX조선해양이 추구하는 고객중심, 속도, 기술 등 3대 경영이념 중 하나인 속도경영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수익성 향상을 위해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솎아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대부분 10%의 선수금을 받고 인도 시에 잔금을 치르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한 물량들이다. 강행시 선박 제작비를 채권단이 지원해야 하는 처지라 채권단에서도 저가수주 물량 계약해지를 적극 권고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해양과 채권단은 수주물량에 대한 실사를 통해 약 15억달러 규모의 선박 11척에 대해 계약 해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중에는 앞서 수주했던 드릴쉽 1기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 침체에 중국과의 가격경쟁이 부각되면서 저가로 수주했던 물량들은 되레 STX조선해양을 발목 잡는 근원으로 평가돼 왔다.
 
◇상선 집중 전략..가격 앞세운 중국과의 차별화가 관건
 
STX조선해양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과 자본이 필요한 해양플랜트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일반 상선을 택한 것은 잘한 선택이라는 의견과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가 적은 일반 상선만 가지고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반론으로 압축된다.
 
때문에 상선 집중 전략을 택한 STX조선해양이 향후 중국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우위를 점하느냐에 따라 경영정상화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격에서는 다소 밀리더라도 품질 면에서 담보만 된다면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채권단 체제로 넘어가면서 무너진 시장신뢰를 단시간 내에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또 다른 변수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은 국내 조선소에 비해 낮은 가격을 앞세워 수주량과 건조량 등 물량 면에서 앞섰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총 682만3000CGT(27.9%), 219척을 수주하는 동안 중국은 8110만CGT(33.2%), 579척을 수주했다.
 
건조량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1339만1000CGT(27.9%), 469척인 반면 중국은 1933만1000CGT(40.3%), 1380척을 건조해 CGT 기준으로는 44.4%, 척수로는 3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벌크선을 비롯해 일반 상선에서도 양국 간 기술력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반 상선의 경우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력 격차는 2년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상선 중에서도 LNG선, LPG선 등 특수기술이 필요한 일부 선종을 제외하면 일반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의 격차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판단이다.
 
가격은 선종과 조선소별로 제각각이지만 평균적으로 10% 안팎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최신 선종의 경우 중국 조선소들이 납기일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해외 선사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아직 한국 조선소에 대한 프리미엄이 작용해 신조선가도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STX조선해양이 일반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 보다는 중국에 비해 다소나마 경쟁력이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특수선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친환경 고연비 선박을 선호하는 글로벌 선사들이 늘면서 초대형 컨테이너 수주는 증가세로 전환했다. 1만TEU가 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글로벌 선사의 국내 조선소 선호 현상이 뚜렷해 납기일에 대한 신뢰와 가격만 맞으면 STX조선해양도 적극적으로 수주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주 물량 중에도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포함돼 있어 건조기술은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LNG선 또한 미국의 셰일가스 열풍으로 당분간은 수주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선종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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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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