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 검찰총장 후보자 천거 접수가 오늘(15일) 종료되면서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날 현재까지 천거되거나 천거될 것으로 알려진 이번 후보군의 특징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는 것이다.
우선 사법연수원 기수가 사법연수원 10기에서 16기까지로, 여섯기수 차이가 난다. 또 현직 외에도 외부 인사 상당수가 천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수별 분포는 현직에 있는 사법연수원 16기가 가장 많다. 16기 출신은 당초 검찰 연소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회피 대상이었다. 그러나 14기인 채 총장 퇴임 후 현직에 남아있는 14~15기 출신들이 매우 적다는 현실적 고려가 반영돼 후보군이 두터워진 것으로 보인다.
◇16기 후보군 국민수·임정혁·조영곤
16기 후보군으로는 국민수 법무부차관, 임정혁 서울고검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이득홍 대구고검장, 김현웅 부산고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 차관은 특수부와 공안부를 두루 거쳤으며, 일선 검찰과 법무부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다. 임 고검장은 정통 공안 검사다. 대검 공안2과장, 공안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을 역임했으며 서울고검장 취임 전까지 대검공안부장으로 활동했다.
조 지검장은 수사검사 시절 조직범죄 사건을 많이 다뤘다. 서울중앙지검 취임 이후 여러 대형사건 수사를 지휘하면서 지난 4월 폐지된 대검 중수부의 공백을 무리 없이 메워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고검장과 김 고검장도 각각 특수부와 첨단범죄수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검찰 요직을 두루 거쳤다. 리더십 등에서도 검찰 내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어 요직 인사 때마다 물망에 올라왔다.
현직에 남아 있는 15기 출신들은 기수나 경험 면에서 추천 0순위다. 길태기 대검차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등 2명이 천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길 차장검사는 대검 차장검사로 취임하기 전 1년8개월 동안 법무부 차관으로 근무했다. 대검 차장검사가 된 이후에는 채 총장 ‘혼외자 의혹 사태’로 혼란에 빠진 검찰조직을 빠르게 정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 연수원장은 채 총장, 김진태 전 대검차장과 함께 한상대 전 총장의 후임으로 천거됐던 인물이다. 총장후보로 추천될 정도로 검증을 거쳤다는 장점이 있다.
◇전직 후보군 10기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
전직 후보군 중에는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이 눈에 띈다. 사법연수원 10기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중 가장 선배 기수다. 황교안 법무부장관(13기)보다 3기수 선배다.
김 연수원장 보다 한 기수 후배로 11기인 박상옥 전 서울북부지검장이 전직 후보군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국제분야 경험이 많으며 미국형사법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황 장관과 동기 기수인 13기에서는 박용석 전 대검차장과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이 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한상대 전 총장과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다퉜던 인물들이다.
14기 중에는 김진태 전 대검차장이 다시 한 번 거론되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 한보그룹 정태수회장 사건을 수사했다. 지난해 검란 이후 검찰을 성공적으로 안정화 시켰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재조명 되고 있다. 김 전 대검차장 외에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도 후보자로 천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 전 연수원장은 공안 수사경험이 많으며 대검 공안1과장, 대검공안부장을 역임했으며 서울중앙지검장으로도 근무했다.
15기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수사는 물론 국제법과 국적법 등 학문적인 분야에도 조애가 깊다. 서울동부지검장 재직 당시 전 모 검사의 성추문 사건에 대한 지휘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대구·경북 출신 5명으로 최다
지역으로는 TK지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 지역이 5명으로 가장 많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경북 영천이며, 이득홍 대구고검장과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이 대구 출신이다. 박용석 전 대검차장은 경북 군위,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이 경북 상주 출신이다.
그 다음이 서울, 호남, 부산·경남, 경기 출신이 각 2명이다. 길태기 대검 차장검사와 임정혁 서울고검장이 서울, 소병철 법무연수원장과 김현웅 부산고검장이 각각 전남 순천과 전남 고흥 출신이다. 김진태 전 대검 차장검사가 경남 사천,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부산 출신이며, 박상옥 전 서울북부지검장과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이 각각 경기 시흥과 평택 출신이다. 그 외 지역으로는 대전 출신이 1명으로 국민수 차관이 대전 출신이다.
검찰 내부와 외부 인사들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검찰조직의 안정과 연소화(年少化)를 막기 위해서는 경륜이 풍부한 외부인사가 차기 검찰총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채 전 총장이 여러 정치적 이슈와 의혹을 남기고 떠난 만큼 외부인사 기용은 자칫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내부인사 기용 가능성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외부 인사들이 대부분 대형로펌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은 법무법인 율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전에는 STX에너지, 롯데쇼핑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었다. 박상옥 전 서울북부지검장은 법무법인 충정과 법무법인 산호를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도연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박용석 전 서울북부지검장은 법무법인 광장 대표이며,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은 김앤장에서 근무 중이다.
◇전직 후보군들 대부분 대형로펌 근무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은 검찰을 떠난 뒤 황 장관과 같은 로펌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 영입됐으며,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다. 최근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김진태 전 대검 차장검사는 중견로펌인 법무법인 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수부와 공안부로 대별되는 후보군 중에는 현 정국을 고려, 공안수사를 많이 한 후보들이 점수를 더 얻고 있다. 그러나 황 장관이 정통 공안검사 출신으로, 균형면에서 공안 외 출신이 낙점될 가능성도 있다.
기수 면에서는 파격적인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황 장관과 현재의 검찰 조직 기수를 고려할 때 14~16기 출신들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오늘까지 총장후보를 천거 받은 뒤 내일부터 후보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작업에 돌입한다.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총장후보자 검증이 끝나는 다음 달 중순 쯤 회의를 열어 천거된 후보자 중 3명을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하며, 대통령 임명제청을 거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차기 총장이 취임한다.
채 전 총장의 전례를 볼 때 일련의 절차는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올해 12월 중순쯤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후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