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신제품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노트'.(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재무구조 악화로 벼랑 끝까지 내몰린 팬택으로서는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가 그리 다양치 못하다. 혁신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팔리는 모델'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탄생한 제품이 바로 '베가 시크릿노트'다.
베가 시크릿노트는 6인치 대화면에 스타일러스 펜과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를 지원한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그나마 LTE-A 수요가 활기를 나타내고 있고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PC) 제품군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나쁜 선택은 아닌 듯싶다.
다만 제품에 '노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상 필기와 관련한 기능의 완성도가 매우 중요했는데, 이 부분에서는 다소 박한 평가를 내려야 할 것 같다. 베가 시크릿노트의 펜 필기감은 갤럭시노트 시리즈보다 확실히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필기 시에 손바닥이 화면에 닿으면 펜글씨가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정전식 터치를 적용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보이는데, 이 부분을 팬택이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화질도 올 초 발표된 베가 넘버6보다 큰 개선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베가 넘버6의 시각적 임팩트가 그만큼 뛰어났다는 의미도 있지만 10여개월만에 내놓는 신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팬택의 신제품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노트'.(사진=뉴스토마토)
물론 장점도 확실하다. 제품 출시 초기부터 '바람피울 때 좋은 스마트폰', '나쁜 남자·여자를 위한 스마트폰' 등의 별칭이 붙을 정도로 철저한 사생활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 팬택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지문인식 기능 덕이다.
뒷면에 달린 지문인식 센서를 활용, 지문인증으로 화면 잠금을 해제하거나 특정 앱을 숨기는 시크릿 모드도 제공한다.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도록 나만의 콘텐츠를 보호해 주는 '시크릿 박스'와 연락처를 숨겨주는 '시크릿 전화부'도 돋보인다.
물론 보안성을 강화했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가 될지는 미지수다. 지문인식 기능을 도입한 애플 아이폰5S가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지문인식이 판매 신장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카메라, 디자인, OS 등의 장점에다 높은 충성도가 시장이 아이폰5S에 열광하는 직접적인 동인이라는 평가다.
시크릿노트의 최대 강점은 음질로 보인다. 최근 초고음질 MP3플레이어로 출시된 아이리버의 ‘아스텔앤컨’ 등 휴대용 오디오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현장감, 생동감 등이 다소 떨어지지만 스마트폰이 CD를 뛰어넘는 음질을 구현한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오디오코덱은 퀄컴의 최신 WCD 계열(WCD9320) 제품이 탑재됐다.
작지만 세세한 배려들도 눈에 띈다.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MP3 등과 간편하게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USB 호스트' 기능이 탑재돼 있다. 스마트폰을 호스트로 파일 전송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파일을 PC로 이동시켜 다시 전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었다.
커버가 닫혀있는 상태에서도 V펜을 뽑으면 창에다 메모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V펜을 분리해 펜의 윗부분을 돌려서 구부리면 이를 홀에 끼워서 거치대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실생활에 유용해 보인다.
총평하자면 베가 시크릿노트는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제품이다. 사생활 보호 기능을 중요시하고 음악 감상과 웹서핑이 주된 목적이라면 강력 추천하지만, 스마트폰 필기나 영상 콘텐츠 감상, 카메라 기능 등을 중시한다면 경쟁사 제품 대비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짝퉁이란 일각의 혹평은 시크릿노트에게는 가혹하다는 점이다. 팬택은 그만큼 절박하고, 절박함이 시크릿노트 탄생의 배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