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동양사태로 인해 동양증권의 고객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동양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유치하려는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 이후 동양증권 금융투자상품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0조원에 달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동양그룹 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23일부터 약 3주 동안 동양증권 금융투자 상품에서 이탈된 금액은 9조9800억원에 달했다. 동양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이 증권사의 투자상품 총 잔액은 45조원 규모였다.
동양사태는 증시자금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3일 19조원 규모에서 14일 기준 15조원대로 4조원 가량 급감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43조원에서 2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동양증권 고객들은 동양사태가 확산되면서 CMA, 투자자예탁금과 펀드를 비롯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거의 모든 상품에서 자금을 인출하거나 가입한 상품을 해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동양증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요즘처럼 침체된 증권시장에서 단기간내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증권에서 빠져나온 CMA와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이 집중 공략대상이 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 증권사 지점에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동양증권 관련 기사를 스크랩해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요즘 주식시장이 침체돼 고객들도 하나둘씩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 증권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사실 동종업계 기업이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 씁쓸하지만 우리라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특판상품을 내놓으며 절판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동양증권 고객 이탈이 시작되자 각 증권사들은 이탈 고객 DB를 확보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면서 "온라인 전업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여러가지 이벤트를 통해 신규고객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는 이달 한달 동안 '개인MMF 1000억원 한정판매'를 실시하고 있으며, 또 다른 증권사도 다른 금융기업에 있는 자산을 옮기기만 하면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