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사태로 회사채 시장 '꽁꽁'..철강사들 유동성 확보 '비상'

동부제철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 포스코는 비핵심자산매각

입력 : 2013-10-18 오후 5:16:0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엎친 데 덮쳤다.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도 추운 겨울이 예상된다. 원재료 가격 상승과 수요부진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에 이어 이번엔 회사채 시장까지 얼어붙었다. 시장에서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웅진그룹을 시작으로 STX그룹, 동양그룹까지, 연이은 대기업의 도산으로 금융권과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금줄은 막혔다. 수익성은 점점 더 악화되는 등 실적 개선도 불투명해지면서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생존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동양사태 등 최근 연이은 대기업 도산으로 금융권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 악화다.
 
철스크랩,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은 상승하는데 판매가격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철근의 경우 지난 3월 톤당 84만1000원에서 올 8월 72만원으로 17개월간 단 한 차례의 인상 없이 동결 혹은 내리막을 기록했다.
 
이 기간 철근의 주요 원자재인 철스크랩 가격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약 6만5000원가량 올랐다. 철광석 가격도 최근 톤당 130달러선을 넘나들며 지난해 9월 기록한 최저치에서 50% 넘게 급등했다.
 
철강제품 제조원가의 약 7~8%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2008년 대비 52.3%, 2011년 대비 25% 증가했다. 이마저 인상이 불가피하다. 현재 정부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염두에 두고 전기료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산 과잉 공급 물량이 해외에 저가에 풀리면서 각국 정부가 철강제품에 대해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하는 점도 국내 철강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국내 철강제품이 외국에서 반덤핑 관세를 받은 횟수가 10회를 넘고, 이 같은 움직임이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해외수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기간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철강업계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됐다. 일부는 돈을 벌어도 빌려온 돈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남은 방법은 생산설비나 재고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것뿐인데, 이마저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녹록치 않다.
 
이에 동부제철(016380)은 지난 17일 올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10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재연장을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기업이 회사채의 20%를 상환하면 나머지 80%는 산업은행과 채권금융기관, 금융투자업계 등이 인수해 기업의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지금까지 동부제철, 한라건설, 현대상선 등 총 3곳이 신청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동부제철은 내년 2월 900억원, 4월 600억원, 5월 1000억원, 7월 700억원, 8월 400억원 등 내년에 총 36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동부제철은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에 대해서도 차환지원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005490)는 보유하고 있는 타사 지분과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0일 SK텔레콤 주식 57만여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해 1280억원을 현금화했고, 현재 1500억원 규모의 호주 구리 광산업체인 샌드파이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자사주 매각을 통해 현금 8000여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동국제강(001230)의 경우 그간 연이은 대규모 투자로 이미 차입금 의존도가 많이 높아진 상태다.
 
최근 수년 간 당진후판공장과 인천철근공장을 최신설비로 바꾸고 브라질 일관제철소 건설 등 잇달아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올 상반기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54.2%로 높아졌다.
 
실제 차입금은 큰 변동이 없지만 수익성 악화로 자산 총액이 감소하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분석. 기업의 총자산 중 차입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는 통상 30% 이내를 '안전한 수준'으로, 60% 이상을 '위험한 수준'으로 본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동국제강의 차입금 규모는 각각 5조4966억원, 5조655억원으로, 올 들어 차입금 규모는 줄었지만, 이 기간 자산 총액 또한 10조1863억원에서 9조3520억원으로 감소했다.
 
업계 전문가는 "철강 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양 사태까지 터져 그나마 남아있던 개인 수요마저 사라지고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며 "국내 상위 철강사들의 경우엔 호황기 때 쌓아놓은 사내 유보금이 있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철강사들의 경우엔 회사채 상환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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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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