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살인의 추억'·'괴물' 제작 초반, 정신병자 취급받아"

입력 : 2013-10-18 오후 5:35:46
◇봉준호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해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까지 승승장구를 이어나가고 있는 봉준호 감독에게는 어떤 시련이 있었을까.
 
봉준호 감독은 18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대학교 대향홀에서 열린 CJ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포럼에 참석해 과거 '살인의 추억'과 '괴물' 제작 초반 고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진행은 서강대학교 한대원 교수가 맡았으며, 미국 드림웍스사의 최고 경영자 제프리 카젠버그도 참석했다.
 
2000년 봉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충무로의 대재앙이라 불릴 정도로 흥행에는 크게 참패한 작품이다. 그리고나서 그는 두 번째 작품 '살인의 추억'을 준비했다. '살인의 추억' 역시 연쇄살인범이 잡히지 않는 이야기로써 관객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려웠었다고 한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은 제작 초반에 힘들었다. '살인의 추억'의 경우 '플란다스의 개'가 망한 후여서 더욱 심했다. 연쇄살인범이 잡히지 않는 이야기라고 하니, '관객들이 화낼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살인의 추억'이 최고의 호평과 함께 5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성공을 거둔 뒤에도 어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괴물' 때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았다. 백주대낮에 한강에서 괴물이 뛰어나오는 이야기를 내놓으니, 사람들이 '살인의 추억 이후로 맛이 간 거 같다'고 하더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이 깊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 성격이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더 오기가 생기는 타입이다. 나쁘게 표현하면 그런 앙심을 원동력 삼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봉 감독은 현장에 모인 많은 대학생들에게 꿈을 좇는 것에 대해 용기를 심어줬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사회학을 전혀 모른다면서 대학 4년동안 영화동아리에서만 지내면서 영화감독으로서의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봉 감독은 "어떤 형태건 창작을 하는 것은 시험 성적처럼 숫자로 평가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스스로 첫 번째 관객으로서 확신이 들 때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하다보면 희열을 느낄 것"이라며 "주변에서 축복해주지 않더라도 본인 뜻대로 밀고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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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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