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올해 상반기 화제영화인 <설국열차>의 원작 만화가 장 마르크 로셰트와 뱅자맹 르그랑이 오는 18일까지 진행되는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방문 차 내한했다.
두 작가는 15일 한국만화박물관 5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원작 만화가 영화로 탄생한 데에 대해 "한국에서 영화 <설국열차>의 관람객이 700만 명을 돌파했다는데 마치 꿈만 같다"며 "영화의 큰 성공에 힘입어 만화원작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하던데 이처럼 기적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부천국제만화축제)
만화 <설국열차>의 삽화를 맡은 장 마르크 로셰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도 등장한다. 영화 출연 경험과 관련해 로셰트는 "주위의 30여 명의 스태프가 둘러 싸인 가운데 그림을 그리는 게 힘들었다"며 "영화를 잘 보면 영화에서 화가가 손을 떠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화와 영화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장 마르크 로셰트는 "영화는 규모가 많이 큰 작업"이라며 "봉준호 감독처럼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통솔하고 지휘하고 모든 것을 계산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지 나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영화 이야기가 나오자 시나리오 작가인 뱅자맹 르그랑의 경우 "프랑스에서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팬 층이 얼마나 두터워지고 있는지 좀 더 알려드리고 싶다"면서 "박찬욱,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그 외 한국의 젊은 영화감독들이 프랑스에서 정말 많은 눈길을 받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현상에 관해서는 로셰트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기술의 발전에 있을 것"이라며 "예전에는 만화에서만 표현 가능했던 것이 이제 영화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만화 원작 영화를 접하는 소감과 관련해 개인의 소견임을 전제한 채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이 제2의 창작자에 의해 다시 표현되는 걸 바라보는 것은 원작자로서 큰 기쁨이며 때로는 다른 창작의 소스가 되기도 한다"고 언급하며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 밖에 이날 자리에서는 만화 <설국열차>를 집필할 당시의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살짝 공개됐다.
총 3권의 작품 중 2권과 3권의 시나리오를 쓴 뱅자맹 르그랑은 "타계한 자크 로브가 집필한 첫 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전멸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어서 쓰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화는 낙관적이고 만화는 비관적이라는 평도 있던데 사실 만화는 아직 덜 다듬어진 것이었고 영화는 다듬어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나는 사실 3권을 쓰고서 작품이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정한 비관론자는 사실 자크 로브였다(웃음)."고 말했다.
3권에 이어 <설국열차> 후속 이야기를 집필할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갈 때 생각 좀 해봐야겠다"며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아직 개봉된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두 작가는 이날 오후 영화 <설국열차>를 감상한 뒤 BICOF '주제 컨퍼런스'에 봉준호 감독과 함께 참석해 원작 만화와 영화를 전격 비교할 예정이다. 이 시간에는 원작 만화가 영화화되는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만화 원작의 오마주와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에 인류의 마지막 생존 지역인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을 그린 작품으로,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설국열차>가 현재 개봉 15일만에 국내 관객 700만 명을 끌어모으며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0월 말에는 프랑스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