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완연한 가을입니다. 아침 출근·등굣길에는 입입마다 김을 뿜어내고 있고 코끝도 시려졌습니다. 여름에서 겨울로 건너뛰는 이 시기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잡고 싶은게 저만의 바람은 아닐겁니다.
산도 들도 제각각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가을, 이 계절에 제격인 헤드폰 두 종류를 소개할까 합니다. 화이트와 블랙, 레드 등 다소 천편일률적인 색상이었던 헤드폰들이 언제부턴가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발트와 베이지, 와인, 카키 등 가을 분위기가 물씬나는 옷을 입은 제품들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가을길 산책에 나설 때 하나의 패션아이템이 될 수 있는 헤드폰, 뱅앤올룹슨의 '베오플레이 H6'와 젠하이저의 '모멘텀 온 이어'를 소개합니다.
◇뱅앤올룹슨의 '베오플레이 H6' 내츄럴 색상(왼쪽)과 젠하이저의 '모멘텀 온 이어' 그린 색상.(사진=곽보연 기자)
◇냉정과 열정 고루갖춘 'H6'..중음과 고음의 균형을 찾다
뱅앤올룹슨은 덴마크의 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입니다. 음질은 물론이고 세련된 디자인 요소를 얹은 홈시어터나 스피커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프리미엄 제품'이기 때문에 주로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에서 뱅앤올룹슨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베오플레이(BeoPlay) H6'는 뱅앤올룹슨이 27년만에 출시한 헤드폰입니다. H6에는 심플함과 직관성을 앞세우는 뱅앤올룹슨의 철학이 반영돼 있습니다.
외관을 먼저 살펴보면 H6는 귀 전체를 덮어주는 '오버-이어(over ear)' 형태입니다. 이어컵은 부드러운 보송보송한 가죽으로 제작됐고, 몸체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돼 전반적으로 차가움과 따듯함을 모두 겸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가죽에는 더 따듯한 톤을 입히기 위해 태닝 작업을 거쳤다고 합니다.
◇H6의 이어컵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몸체는 견고한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내츄럴' 컬러는 특히 태닝을 거쳐 자연스러움을 더하고자 했다.(사진=곽보연 기자)
헤드밴드 부분은 장인이 한땀한땀 꼬맸을 듯한 느낌의 박음질이 세련미를 더하고 있었고, 머리에 닿는 안쪽 부분은 폭신하면서도 흘러내리지 않게 제작돼 있습니다. H6의 외관은 전반적으로 심플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었습니다.
H6는 디바이스와 헤드폰을 연결하는 선을 꼽는 부분이 왼쪽과 오른쪽에 모두 있습니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등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됐다고 합니다.
음악 재생장치를 주로 오른쪽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저는 H6 사용기간 동안 선을 오른쪽에 꼽아 사용했는데요 그렇게 큰 편리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함께 사용했던 젠하이저 '모멘텀 온 이어'는 선이 왼쪽에만 있는데요, 사용하면서 그렇게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H6는 선을 꼽을 수 있는 잭이 왼쪽귀와 오른쪽귀에 모두 있다. 헤드밴드 부분은 부드러운 소재로 머리 흘러내림을 막았다.(사진=곽보연 기자)
음질로 들어가볼까요? H6가 표방하는 것은 '밸런스가 잡힌' 사운드라고 합니다. 중저음이나 중음, 고음 등 특정 음역대를 강조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고르게 표현하는 편이었습니다.
최근 케이블 채널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 이승철씨가 생방송 내내 H6를 들고 나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승철 헤드폰'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었죠. 이에 대해 중음과 고음이 균형을 이뤄 원음을 왜곡없이 들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홍보성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저음이 강한 사운드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H6의 튜닝이 싱겁고 밋밋했습니다. 또 아주 작지만 귀에 거슬리는 노이즈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특히 조용한 클래식을 들을 때 음악 사운드와 귀 사이에 모래가 튀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H6는 블랙과 내츄럴 두가지 색상이 있다. 출고가 68만원.(사진제공=뱅앤올룹슨)
H6의 가격은 뱅앤올룹슨 제품들 중에서는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출고가는 68만원. 현재 오픈마켓에서는 58만원대로 판매가 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H6와 모멘텀 온 이어는 모두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전용 제품입니다. 안드로이드 OS의 삼성전자나 소니, LG전자 디바이스에 꼽으면 재생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리모컨을 사용할 때 조금의 제약은 있습니다. 재생과 정지, 앞의 곡으로 이동, 뒷 곡으로 이동 등은 가능하지만 사운드를 조절하는 기능은 안타깝게도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H6의 리모컨 사용안내도. 리모컨에 마이크가 탑재돼 있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다가 통화를 할 수도 있다.(사진=곽보연 기자)
◇"깊은 중저음 귀에 쏙 박히네"..'모멘텀 온 이어'
뱅앤올룹슨이 덴마크를 대표하는 음향 브랜드였다면 젠하이저는 독일을 대표하는 브랜드입니다. 다양한 대표 제품들 중에서도 '모멘텀'은 지난해 10월 출시돼 많은 사용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모멘텀은 이어패드가 귀를 감싸는 오버 이어 타입이었던 반면 올해 출시된 '모멘텀 온 이어'는 말 그대도 이어패드가 귓바퀴에 올라가는 '온 이어' 타입입니다.
젠하이저는 모멘텀 온 이어를 통해 헤드폰의 사용영역을 한 차원 더 넓혔습니다. 기존 고퀄리티의 음질로 승부스를 던졌던 젠하이저가 패션의 영역에도 도전한 거죠. 모멘텀 온 이어는 핑크와 카키에 가까운 그린, 블루, 아이보리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됐습니다. 이번에 제가 사용한 제품은 그린입니다.
◇젠하이저가 올해 출시한 '모멘텀 온 이어'. 이어패드가 귓바퀴에 올라오는 타입이다.(사진=곽보연 기자)
모멘텀 온 이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어패드입니다. 보기에도 따듯함이 묻어나는 이 소재는 '알칸테라'입니다. 고급 쇼파나 고급차의 핸들, 의자 등에 사용되는 섬유 소재로 따듯하면서도 부들부들한 느낌을 줍니다. 어린아이의 피부에도 자극을 주지 않을 정도라고 하네요.
젠하이저는 이 알칸테라 소재를 모멘텀 온 이어의 이어패드와 헤드밴드에 적용했습니다. 촉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외부와의 소리를 차단해주기 때문에 음악 감상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멘텀 온 이어의 이어패드는 '알칸테라' 소재로 제작됐다. 부드러우면서도 따듯한 느낌을 준다.(사진=곽보연 기자)
모멘텀 온 이어의 케이블은 탈착식입니다. 보통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다보면 선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모멘텀 온 이어는 케이블에 문제가 생기면 케이블만 따로 교체하면 됩니다.
◇모멘텀 온 이어의 케이블은 탈착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케이블을 왼쪽 귀 이어패드 밑에 끼우고 반바퀴를 돌리면 고정된다.(사진=곽보연 기자)
음질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모멘텀 온 이어는 누가 들어도 중저음이 강조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음부의 툭툭 치는 듯한 사운드는 무겁고 강했습니다. H6가 오버 이어 타입이고 모멘텀 온 이어는 온 이어 타입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모멘텀 온 이어는 확실히 중저음부가 부각되도록 튜닝돼 있었습니다.
쿵쿵거리는 저음을 선호하는 리스너에게는 큰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이었으나, 고음부는 상대적으로 사운드의 크기와 울림이 약하고 소리가 흩어지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밸런스있는 사운드를 좋아하는 분들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핑크, 블루, 그린, 아이보리 등 모두 네가지 색상으로 출시된 모멘텀 온 이어의 출고가는 27만9000원이다.(사진제공=젠하이저)
모멘텀 초기 라인업이 50만원대 고가로 출시됐던 반면, 모멘텀 온 이어는 27만9000원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됐습니다. 오픈마켓에서는 23만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다만 가을과 겨울에는 귀마개 대용으로 사용해도 훌륭할만큼 따듯한 제품들이지만, 상황을 바꿔 여름에 이 제품들을 착용한다면 어떨까요? 귓바퀴에 땀이 고이고 귀 주변으로 땀띠가 생길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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