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던가요, 아침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 이어폰 선이 옆사람 가방에 걸려 청춘남녀가 엮이게 되는 상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어폰 선이 지하철 팔걸이에 걸려 스마트폰이 떨어진다던지 종종 긴 선들로 인해 불편함을 겪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만난 제품은 '헤드폰'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헤드폰들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선'이 없어 꼬일 필요가 없고 또 유선잭을 지원해 유무선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여기에 제조사 최고의 기술들이 담겨 상당히 비싼 '프리미엄 블루투스 헤드폰'입니다.
◇맨 왼쪽부터 소니의 MDR-1RBT(맨 왼쪽)과 보스의 'AE2w', 젠하이저의 'MM550-X'.(이하 사진=곽보연기자)
◇보스, 조작성·휴대성 우수..풍성한 중저음은 '글쎄'
귀의 모양새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고 합니다. 어떤 귀는 중저음에 민감하고 어떤 귀는 또 고음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우리가 '저음'이라고 부르는 음에도 단단한 저음이 있고 부드러운 저음, 풍성한 저음 등 다양한 성격의 음이 존재합니다.
아주 디테일한 음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고음과 저음을 분간할 수 있고 음정이 맞는지 아닌지 정도의 판단은 내릴 수 있는 아주 평범한 귀를 지닌 저로서는 이번 리뷰가 거의 도전에 가까웠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가장 먼저 소개해드릴 제품은 보스(BOSE)의 'AE2w'입니다. 몇 달 전 포터블 스피커 리뷰에서 보스 제품을 소개해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보스는 자동차용 오디오시스템이나 프리미엄 홈시어터 등에 특장점을 지닌 미국의 오디오시스템 전문 브랜드입니다.
◇보스코리아의 첫 무선헤드폰 'AE2w'. 지난 6월25일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선 제품 사용방법을 보겠습니다. 오른쪽 귀 이어캡에 달려있는 컨드롤 모듈의 전원을 켜면 헤드폰이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검지손가락이 있는 모듈 윗부분 버튼과 음량조절 '+' 버튼을 동시에 길게 누르면 블루투스 아이콘에 보라색 불이 들어옵니다. 이제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기기에서 블루투스 기능을 켜면 페어링(연결) 할 수 있습니다.
◇보스 AE2w의 오른쪽 이어캡에 있는 컨트롤 모듈. 우선 전원을 켜고 사진에서처럼 두 버튼을 동시에 눌러 블루투스 기능을 활성화한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블루투스 컨트롤 모듈'을 조금 더 살펴보면 조금 전 블루투스 활성화를 위해 눌렀던 다기능 버튼이 조작성면에서 우수한 편인데요, 한번 누르면 재생/정지, 두번 누르면 앞의 곡으로, 세번 누르면 뒷 곡으로 이동합니다. 통화 역시 다기능 버튼을 눌러 음악감상에서 통화모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헤드폰에는 마이크가 내장돼 있어 굳이 스마트폰 마이크를 입에 대지 않고도 통화가 가능합니다.
컨트롤 모듈은 탈부착이 가능한 부분으로 제품에서 분리해서 충전을 따로 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3시간 충전을 통해 연속재생으로는 7시간, 대기상태로는 200시간까지 지속된다고 합니다. 컨트롤 모듈을 떼어내면 거기에 유선 입력단자를 꽂을 수 있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모듈을 별도 충전하면서 유선으로 음악을 계속 감상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블루투스 컨트롤 모듈을 떼어낸 모습(위)과 유선으로 헤드폰을 연결한 모습(아래).
AE2w의 두번째 강점은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입니다. 소재가 무엇인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부드러운 이어쿠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단 귀가 아프지 않고, 또 상단 부분에 둥글게 쿠션을 둘러 머리가 눌리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장시간 사용에도 귀눌림이나 머리 눌림 등의 고통은 없었습니다.
무게는 비교 제품들 중 가장 가벼운 149.6g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소니 'MDR-1RBT' 무게(297g)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었고, 젠하이저 'MM550-X'(179g) 보다도 40g 가까이 가볍습니다.
◇보스 AE2w의 고급소재 이어쿠션. 부드러운 가죽이 압박감없이 귀를 감싸 귀 눌림이나 머리 눌림 등이 덜했다.
이처럼 조작성과 휴대성, 세련된 디자인 등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음질과 관련해서는 이 제품을 사용해 본 유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갈렸습니다. 우선 제 기준으로는 음악이 바로 귀에 와닿기 보다는 한 층 막이 둘려져 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또 볼륨감 있는 중저음 보다는 약간 건조한 느낌의 중저음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운드의 입체감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사용자도 있었고, 방에서 거실로 나갔을 때 블루투스가 불안정해지면서 지지직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온 사용자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사운드는 듣는 이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천차만별인 만큼 구매 전 청음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충고하는가 봅니다.
◇소니, 세련된 디자인과 두툼한 이어캡 '굿'..육중한 무게로 휴대성은 ↓
두번째로 살펴볼 제품은 소니의 MDR-1RBT입니다. 이 제품은 처음 받아들었을 때 육중한 무게에 한번 놀라고 빵빵한 쿠션에 한번 더 놀랐습니다. 올블랙 바탕에 새빨간 링이 둘러진 디자인 역시 남녀 사용자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소니 MDR-1RBT. 고급스러운 상자에 포장된 이 제품의 파우치에는 USB연결코드와 유선 연결잭이 담겨있다.
최근 소니는 전략 제품마다 '근거리무선통신기술(NFC)'을 탑재하고 있는데요 그 기술은 MDR-1RBT에도 적용됐습니다. 제품의 파워버튼을 길게 눌러 활성화시킨 뒤 NFC를 'ON'으로 하면 NFC 기술이 탑재된 모바일 기기들과 페어링이 진행됩니다. 참, 기기에 따라 소니가 제공하는 'NFC 간편연결' 앱을 설치한 제품에 대해서만 페어링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저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갤럭시 시리즈로 페어링을 하면서 해당 앱을 설치해 연결했습니다.
◇세가지 비교 제품 중 소니의 이어캡이 가장 크고 두꺼웠다. 왼쪽부터 차례로 소니 MDR-1RBT, 보스 AE2w, 젠하이저 M550-X.
소니 MDR-1RBT는 타 제품들과 비교해 이어캡이 크고, 이중 쿠션으로 두께도 더 두꺼웠는데요, 이어캡이 큰 만큼 귀를 제대로 감싸줘서 눌림은 없었습니다.
왼쪽 이어캡 하단을 보면 충전을 위해 필요한 USB 단자와 유선으로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유선잭 단자가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통화전환 버튼과 재생 및 되감기, 빨리감기 버튼. 음량조절 버튼, NFC 온/오프 버튼이 있는데요, 앞서 살펴본 보스 AE2w의 다기능 버튼이 새삼 편리하구나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두툼한 소니 MDR-1RBT의 이어캡. 왼쪽에는 파워와 충전단자가, 오른쪽에는 통화전환 버튼과 재생 및 되감기, 빨리감기 버튼. 음량조절 버튼, NFC 온/오프 버튼이 있다.
사운드의 경우 노이즈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소음, 음악 자체에서 나오는 소음이 모두 여과없이 들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운드 재생 스펙을 강화할 경우 무시하고 넘어가도 될 법한 노이즈 등의 사운드까지 모두 표현되기 마련"이라면서 "굳이 디테일을 따지지 않는다면 뽑아낼만한 사운드만 표현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소음 진입은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 같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음악작업이나 감상을 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외부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제품을 사용하는건 매우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에섭니다.
◇젠하이저, 투박한 디자인은 아쉽지만 노이즈 차단은 철저
마지막으로 살펴볼 젠하이저의 'MM550-X'는 제가 이번에 살펴본 제품들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이었습니다. 보스 'AE2w'의 2배에 달하는 가격이었는데요 과연 어떤 비장의 무기를 갖추고 있었을까요.
◇젠하이저 'MM550-X'에는 다양한 악세사리가 함께 들어있다. TV용 입력단자부터 다양한 종류의 충전기 트랜스가 들어있다.
독일 음향기기 전문업체인 젠하이저는 전문가용부터 보급형 제품까지 다양한 이어폰과 헤드폰, 헤드셋, 마이크로폰 등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전세계로 수출하는 제품이기 때문일까요? MM550-X는 일단 다양한 충전기 트랜스와 함께 배달됐습니다. 110V부터 220V 등 트랜스의 종류만도 5가지였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첫인상은 다소 남성적이고 기계적이었습니다. 앞서 본 두 제품은 헤어밴드 부분이 달걀형이거나 반원형이었던 반면 MM550-X는 반타원형이었습니다. 옆머리에 대한 압박을 줄이려고 한 것 같았는데요 다만 그 힘이 귀로 전해져 제품을 착용했을 때 귀가 많이 눌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젠하이저 MM550-X의 헤어밴드는 옆으로 넓은 모양새를 띄고 있다.
제품은 오른쪽 이어컵에 위치한 컨트롤러의 정웅앙을 길게 누르면 불이 들어오며 전원이 켜집니다. 동시에 블루투스에도 파란 불이 들어오니 따로 버튼을 눌러줄 필요는 없습니다. 음량조절과 재생 및 정지 등의 컨트롤 역시 이 컨트롤러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이어컵 하단에는 다른 제품에서 볼 수 없었던 '노이즈가드'라는 버튼이 있습니다. MM550-X는 출장과 여행이 잦은 사용자를 위해 개발된 모델이라고 하는데요, 비행기를 탔을 때 들려오는 엔진 소음과 시끄러운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바로 '노이즈캔슬링' 효과입니다.
이 버튼을 길게 누르면 외부 소음을 차단해 마치 필폐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음악을 감상할 때도 노이즈캔슬링 후에는 외부 소음이 거의 완벽히 차단되면서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습니다.
◇젠하이저 MM550-X의 컨트롤러 부분. 정중앙에 위치한 버튼이 전원버튼, 하단에 블루투스와 노이즈가드 버튼이 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외부에서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활동을 할 때는 노이즈캔슬링이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젠하이저는 여기에 '토크쓰루(Talk Throgh)' 기능을 탑재했습니다. 주변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고감도 마이크를 탑재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MM550-X에 노이즈캔슬링 효과를 적용해 음악을 들었을 때, 마치 보컬이 바로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소니 제품에서 느꼈던 '막'이 벗겨진 느낌이었습니다. 귀에 와닿는 사운드의 감촉이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투박한 디자인과 귀눌림으로 받은 아쉬움을 사운드가 충분히 커버하고 있었습니다.
◇나에게 맞는 제품 고르는 방법, 좋은 제품 오래쓰는 방법
나에게 맞는 이어폰·헤드폰이란 어떤 제품일까요. 사운드와 장르, 보컬톤 등 음악은 다양한 요소를 함유하고 있는 하나의 예술작품입니다. 그리고 이어폰과 헤드폰은 조율하기에 따라 특정 장르나 사운드에 강점을 지닐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이어폰과 헤드폰의 적절한 선택이 중요한 이윱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제품 선택 기준은 천차만별입니다. 전 세종류의 제품을 사용해보며 저만의 몇 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우선 중저음을 강화하는지 고음을 강화하는지 '사운드'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어 ▲착용감 ▲디자인 ▲무게 ▲조작의 용이성 ▲가격 등을 기준에 넣었습니다. 제 기준에 비춰 가장 만족스러웠던 제품은 보스의 'AE2w'였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어폰과 헤드폰은 신체의 일부분 같은 존재입니다. 좋은 제품, 즉 사운드에 민감한 제품들일수록 사용자들의 책임감이 높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이어컵은 우리 몸 중에서도 민감한 부위로 꼽히는 귀와 바로 맞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청결 유지가 필수입니다. 외부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들인 만큼 땀이나 습기에 찰 때도 있을 겁니다. 제품을 사용하신 뒤에는 이어컵을 마른 천으로 닦아주면 좋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땐 파우치 등의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시는게 좋구요, 이어컵은 대부분의 제조사가 교체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이어컵을 갈아끼워주면 새 제품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무선헤드폰 상세 사양 비교표(자료=각 제조사 홈페이지, 정리=곽보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