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국감은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의 수사강행을 두고 '외압에 대한 소신 항거'냐 '항명'이냐를 두고 격한 공방이 하루종일 오고갔다.
윤 전 팀장은 이날 오전 전해철(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을 어떻게 보고했는지 상세하게 알려달라"는 질문을 받고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윤 전 팀장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내용을 담아 검사장께 보고를 드렸다"면서 "국정원 직원들을 17일 체포하고 조사하던 중에 직원들을 빨리 돌려보내라는 지시가 계속 내려왔다. 기소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윤 전 팀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국정원 조직을 이용해 5만개가 넘는 정치적 편향성 트위터 글을 작성했다는 혐의를 추가해 법원에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도 사전에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전 팀장은 "지검장이 공소장 변경을 재가했다"면서 "공소장 변경은 지검장이 구두로 4번이나 재가했기 때문에 전혀 하자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측은 윤 전 팀장의 설명과는 달리 윤 전 팀장이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하고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 청구,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팀장은 이날 "15일 밤 조 지검장이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 야당 도와 줄 일 있나. 야당이 국정원 트위터 글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나"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조영곤 지검장은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수사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하는데 그 자리에서 한눈에 파악하고 결정할 내용이 아니었다"면서 "보고라는 것이 내부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데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라며 집에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조 지검장은 국감이 진행되는 내내 윤 전 팀장이 충분히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상급자 허락 없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요사건의 경우에는 지검장의 허락을 받고 강제수사가 이뤄져야함에도 윤 전 팀장이 이를 어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윤 전 팀장의 행동이 검찰 지휘부에 대한 항명에 해당한다고 공세를 펴나갔다.
노철래 의원(새누리당)은 "윤 전 팀장이 검찰 지휘부를 곤혹에 빠뜨리고 지휘체계를 뒤흔들었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라면서 "국정원 직원들이 중범이고, 위중한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면 더더욱 지휘체계 승인을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역시 "검사가 이렇게 검찰청법을 안따르고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검사가 하는 수사를 누가 신뢰하겠나"면서 "2000여명 검사들이 상급자가 본인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면 검찰이 살아남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어떻게 항명이 되는지 모르겠다. 집권당이 그토록 왜 국정원의 편을 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진실을 지키기위해 특별수사팀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해체되지 않고 수사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영선 법사위원장(민주당) 역시 오전 질의를 마치면서 "많은 것들이 매우 침통한 국정감사였다는 생각"이라면서 "밤이 있으면 낮이 있고 낮이 있으면 밤이 있듯이, 만약 박 후보가 낙선됐다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됐겠나"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 박 위원장은 "검찰로부터 들어온 전결규정에 따르면, 구속영장의 청구 및 기각 중요사건은 검사장, 일반사건은 차장에게 결재를 맡도록 되어 있다"며 "반면 체포영장 중요사건은 차장, 일반사건은 부장전결로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의 설명대로라면 윤 전 차장이 독자적으로 내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 결정을 조 지검장이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셈이다.
윤 팀장은 지난 16일 트위터에 정치편향적인 게시물을 올린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하고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상부 보고를 누락하고 결재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항명'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은 윤 팀장을 수사에서 배제했으며 길태기 검찰총장 직무대행(55)은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