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검찰이 수사 중에 있으니 박근혜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이 같은 자세는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였던 태도와는 180도로 돌변한 것이다.
유일호 대변인(사진)은 28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은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정치권이 이를 왈가왈부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 댓글 문제 등은 수사기관에서 다 밝히는 거 아니냐"며 "자꾸 뒤집어 봐야 나올 게 아무 것도 없다. 검찰이나 법원의 판단을 믿고 거기에 맡기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대선 불공정" 지적에 "불복이냐"고 맞불을 놓던 새누리당은 최근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잘못이 있었다면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모습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던 적이 있다.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과거 새누리당은 검찰이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할 때 노 전 대통령에게 "모르쇠로 일관 하지 말고 국민 앞에 솔직히 고백하길 바란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나라당은 2008년 12월 30일 "노 전 대통령은 빌린 15억원이 문제가 되는 돈이 아니라면 사용내역과 상환할 돈에 대한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대충 얼버무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논평을 통해 으름장을 놨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던 2009년 4월 7일엔 현재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윤상현 당시 대변인이 "노 전 대통령과 그 권력 주변에서의 검은 돈거래는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한 조윤선 당시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던 날인 2009년 4월 30일 "진실을 성실히 밝혀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을 신문하는 것은 검찰이 아니라 곧 국민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이러한 모순된 언행에 대해 "마치 레테의 강을 건너기라도 한 것 같다"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