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보험사들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보험설계사들과 불공정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부당하게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관련 감독기관의 무관심으로 보험설계사들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영주(민주당) 의원이 공정위와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보험사들이 보험설계사의 귀책사유가 없는 보험해지 건에 해서도 보험설계사에 100%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주 의원은 "보험사는 업무위촉계약서에서 '민원해지 되는 계약에 대해서는 설계사에 기 지급된 수수료를 100% 환수한다'고 정했다"며 "이런 계약은 공정위가 지난 2010년 미래에셋보험의 약관을 심사하면서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원해지란 보험 가입자 혹은 보험사가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해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보험사는 그동안 보험설계사에게 고의나 과실 같은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전전으로 부담하게 했던 것.
실제로 김 의원 측이 제시한 보험사별 위촉계약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교보생명을 비롯 11개 생명보험사의 계약서에서 민원해지는 보험설계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공정위의 위촉계약서 약관심사 실적은 지금까지 단 2건에 불과했다.
◇생명보험사별 위촉계약서상 불공정 약관조항(자료제공=민주당 김영주 의원실)
김영주 의원은 "수수료는 보험설계사의 수입과 직결되는데 이런 불공정 약관 조항 때문에 수수료를 부당하게 환수당한 보험설계사들은 심각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고용 종사자들은 우리사회 대표적 '을'로, 이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는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공정위는 관련 분야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보험사의 불공정 행위는 법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영주 의원은 보험사의 보험설계사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 10월16일 대표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