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불공정'·'불복' 논란에 휩싸인 지난 대선은 새누리당 정권의 국가기관들이 총동원된 관권선거였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검찰이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은 물론 "국정원 댓글 흔적 없다"고 거짓 발표한 경찰에 이어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통일부 ▲안전행정부 ▲고용노동부 등 대선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기 때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31일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은 2012년 1월부터 각종 회의에서 머리를 맞대고 회의했을 뿐만 아니라 20여건의 공문서를 수·발신하면서 심리전에 적극적으로 연대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군의 자체 진상조사에서 드러난 4명 외에도 11명의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들이 온라인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또 다른 형태의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아울러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총선 직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취지의 강연을 실시한 일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찬양하는 안보교육 동영상으로 물의를 빚었다.
특히 이 동영상은 국정원이 제작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주목된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만들어서 보훈처로 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강 의원은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물었지만 "밝힐 수 없다.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는 대답만 했다면서 "'아니다'라고 답을 해줘야 된다. 부인하지 않는 걸로 봤을 때 동영상 출처가 국정원일 것"으로 봤다.
그리고 문제가 제기되는 보훈처의 동영상은 통일부에서도 상영됐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전국 13개 통일관 대부분에서 보훈처의 동영상이 상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우 의원은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통일전망대 등에 설치된 통일관에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야당을 종북세력을 규정하는 동영상을 대선 기간 중에 반복해 틀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국가보훈처 산하 재향군인회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조직원 모집 공고를 내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트위터 활동을 벌였다는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안전행정부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군사독재 시절의 산업화를 미화하는 내용이 담긴 교육자료를 지난해 10월 유관기관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도 북한이 대남공작원들에게 국회 의석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는 편행된 내용의 안보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정권의 국가기관들에서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정권 유지가 목적인 것으로 보이는 여론 조작 시도가 있었던 셈이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이후에도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30일 "'관권선거의 망령'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면서 "지난 대선 기간 계획적, 전방위적, 조직적으로 참여한 관권 개입의 실체를 반드시 빠짐없이 파헤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혁에 앞장 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배재정 대변인(사진)은 31일 "'빠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국가기관들에게 "있었던 것 같다"면서 "대한민국의 시계바늘은 절대 권력이 횡행하던 1970년대 유신시대에 멈춰서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을 떠도는 유신의 망령, 유신의 추억은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