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진해구 일대 지도. (원본지도제공=창원시)
[창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경남 창원시가 추진 중인 신축 야구장에 대한 건립계획안이 마침내 정부의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음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창원시는 '승인'을 강조하며 당초 발표한 진해 육군대학 부지의 야구장 신축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에 더욱 매진하는 모습이다. 반면 야구계와 NC 다이노스 팬의 대다수는 '조건부'를 강조하며 입지 변경을 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은 신축 야구장의 유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뉴스토마토는 심사 발표 직후인 지난달 26일과 발표 후 열흘이 지난 3일 등 2차례에 걸쳐 진해 현지를 방문했다.
◇진해중앙시장 입구. (사진=이준혁 기자)
◇진해서부 민심 분분.."돈이 돌 것" vs. "대학이 반대"
진해구의 육군대학 부지에 새 야구장이 들어설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권은 '진해중앙시장'이다.
야구장이 들어설 블럭 남쪽의 철로를 지나 충장로(여좌·충무동을 남북으로 구분하는 동서 방향의 대로)를 건너면 시장 입구가 보이며, 블럭 주변은 상권 형성이 미진한 주택가(서쪽)나 도로 주변에 상점이 없는 고속화도로(북쪽·동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직접 들은 목소리는 차이가 컸다. 야구장 입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육군대학이 옮겨간 이후 진해의 경제가 많이 죽었다. 특히 여좌동·충무동 등의 서쪽은 진해시청이 풍호동으로 옮기고 경제가 폭삭 가라앉은 이후 또다시 죽은 바 있다"며 "야구장이 들어오면 경기 전후로 이 곳에서 많은 소비 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지역에 돈이 좀 돌지 않겠나. 평일은 적더라도 주말 경기라면 진해 서부지역 일대가 꽤 들썩일 듯 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반찬 가게 주인인 B모 씨는 "교통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야구열차나 맞춤버스를 운행한다고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경기가 끝나면 바로 그 차를 이용해 진해 밖으로 빠져나갈 사람이 꽤 많을 것"이라며 "육군대학 터 중 남측으로 연구소를 포함한 대학교 캠퍼스를 짓겠다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경상대·창원대가 야구장 때문에 시끄럽다면서 애당초 발표한 진해 캠퍼스 계획 자체를 없애려 한다. 경기 때에만 오는 사람들과 계속 상주할 사람, 창원시는 누가 중요한지 간과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창원시는 지난 2012년 7월16일 창원대·경상대와 육군대학 터에 캠퍼스를 유치한다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작은 식당을 운영 중인 C모 씨는 "진해 서부지역은 이제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육군대학도 사라지고 시청은 그 이전에 없어졌다. 사람 몰리게 하는 시설들이 석동 가고 풍호동 가더니 이제 진해 바깥으로 가고 있다. 다 빼앗겼다"며 "진해는 인구도 적고 힘이 없다. 마산처럼 싸울 저력도 없다. 나 역시 못 미덥긴 하지만 야구장이라도 줄때 받아야 한다. 그리고 야구장이라도 생겨야, 지역 경제가 조금이라도 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여좌동과 충무동으로 대표되는 진해구 서부지역은 지난달 26일 방문 당시나 3일 찾았을 때나 모두 비슷했다. 지역 주민의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도로 곳곳에 붙은 현수막처럼 '절대적인 찬성'은 아니었다.
◇창원시 진해구 주요 지점에 부착된 2013년 3차 지방재정 투·융자심사 통과 축하 현수막.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중앙삼거리, 롯데마트 진해점, 홈플러스 진해점, 냉천사거리. (사진=이준혁 기자)
◇진해 중부 "야구 보기 쉬워" vs. "퇴근이 두렵다"
석동과 풍호동, 자은동을 비롯한 안민터널을 통해 창원 성산구로 이어지는 진해 중부 지역도 기대와 우려가 섞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찬성과 반대에 따른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보다는 "마산에 있을 때보다 프로야구 경기를 직접 가서 보기가 쉬워져서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지금도 안민터널 정체는 유명한데 퇴근을 어떻게 할까 두렵다"는 걱정이 혼재됐다.
안민터널 남쪽 인근의 롯데마트 진해점에서 만난 김철수 씨는 "직장이 창원공단이고 석동의 빌라에서 친한 직장 동료와 함께 산다"고 밝힌 후 "지금도 퇴근할 때면 터널 통과가 힘든데, 정말 육군대학 터에 야구장을 짓고 프로야구 경기를 하면 어떻게 퇴근할지 걱정된다. 듣자하니 야구열차가 생긴다던데 야구열차로 퇴근해서 석동으로 역주행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자은동에 거주하는 이영숙 씨는 "남편도 애들도 야구를 좋아하는데 주말에 야구를 보기는 편할 것 같다. 마산야구장으로는 주말에나 가곤 했는데 이제 평일에도 들를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 먹을 것을 이것 저것 해가도 야구장에서 식지 않고 먹을 수 있을 듯 하다"면서 "길이 막히는 것은 감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풍호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만난 조민재 씨는 "야구장이 진해 육군대학 부지로 오는 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후 "그런데 교통 대책은 마련한 것인지 모르겠다. 안민터널 넘어 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입장에서 야구 경기가 진행될 날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제2안민터널 건설비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고 최근 뉴스에 나왔던데 대책은 있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전월 26일과 이달 3일 진해 풍호동 이북 지역을 다니면서 진해 중서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틀간 50여 명을 붙잡고 의견을 들은 결과 대부분 "입장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교통 문제는 우선 해결되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진해 옛 육군대학 터. (사진=이준혁 기자)
야구계는 물론 지역 주민들도 인근 교통 문제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창원시가 정말 명확한 해결 대책이 있다면 이를 지역에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역 문제를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른 창원시의 신규 야구장 입지 문제. 여러 의견이 나오는 이번 문제에 대해 창원시가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