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지난 2일 서유럽 순방길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하락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오락가락 대북 메시지를 연일 던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프랑스에서 <르 피가로>와 인터뷰를 갖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임기 초반 실시된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곧바로 이어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로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놓인 가운데 나온 정상회담 언급이라는 측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영국 방문전 보도된 <BBC>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하고 있는 행동이 실망스럽다. 약속을 다 지키지 않는다"는 돌직구로 태도를 바꿨다.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것을 겨냥해 "날짜까지 다 받아놓고 취소하는, 기본적인 약속까지 지키지 않으면 신뢰가 쌓일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또 "대화의 문을 열어놨지만 도발하거나 연평도 같은 일이 있다면 단호하게 가차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권 국가기관들의 전방위 대선 개입 의혹에도 외교에서 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아 지지율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무슨 이유에선지 냉온탕을 오간 셈이다.
우다웨이 중국 측 수석대표가 북한을 전격 방문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단됐던 6자 회담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오락가락 발언은 거듭 강조해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도 어긋난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우려를 표시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5일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를 고려한 대통령의 신중함"을 주문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전날 프랑스 언론에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했던 대통령이 다음 날 영국 언론에서는 정작 정상회담 당사자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는 점을 문제시했다.
그는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그것도 유력한 해외 언론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 하루 만에 전혀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걱정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도의 측면에서도 남북 관계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도 지혜롭지 못한 언급"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를 주도적으로 우리가 이끌면서 남북 관계도 개선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기 위한 여러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신 것"이라고 봤지만 설득력은 약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