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檢 조사로 드러난 대화록의 진실

실종 및 삭제 애초에 없었다..檢 고의 삭제 잠정 결론 타당한가

입력 : 2013-11-07 오후 3:52:0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 6일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조사를 마친 뒤 "최초 보고된 대화록에 대해서 대통령의 수정·보완 지시가 있었고, 수정·보완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10월 2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당시 봉하 e지원에서 ▲삭제 흔적이 있는 초본 ▲초본을 수정한 최종본 등 두 개의 대화록을 찾았다고 밝힌 것과, 문 의원의 발언을 종합하면 정치권을 뒤흔든 대화록 논란의 진실이 드러난 분위기다.
 
◇대화록 실종 및 삭제, 애초에 없었다
 
우선 대화록 실종이나 삭제는 애초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초본이 대통령기록물 생산 주체인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수정·보완을 거쳐 최종본 형태로 완성됐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 e지원을 그대로 복사한 봉하 e지원에서 두 개의 대화록이 발견됐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대화록은 존재했으며, 실종된 일 자체가 없었음을 가리킨다.
 
문 의원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NLL을 확실히 지켰다. 대화록은 멀쩡히 잘 있다"고 자신한 이유다.
 
그런데 검찰은 중간 발표에서 사본에는 있는 두 개의 대화록을 원본에선 발견하지 못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 새누리당은 NLL 포기가 드러날까 우려한 고의 삭제라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최근 국방부의 문서와 2007년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증언으로 NLL '포기'가 아니라 '사수' 의지가 굳건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대선 전부터 1년 넘게 이어진 새누리당의 '노무현 NLL 포기' 주장은 근거 없는 정쟁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의 대북관계 참고용으로 국가정보원에 한 부의 대화록을 남겨뒀다는 사실은 노 전 대통령이 켕기는 부분이 있어 대화록을 삭제했다는 의혹에 커다란 물음표를 붙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열람위원들의 국가기록원 검색에서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았던 점, 검찰 수사에서도 원본인 청와대 e지원에는 사본인 봉하 e지원에 있는 두 개의 대화록이 없다는 점 때문에 '실종'·'삭제' 논란이 정국을 강타했다.
 
◇대화록 있는데 미이관된 이유는?
 
검찰이 원본에서 대화록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이명박 정부에 정권이 이양되기 직전인 2008년 2월 실시된 청와대 e지원 초기화 작업 당시 실무자의 실수로 보고가 누락돼 노 전 대통령의 결재를 득하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대화록 초본이 청와대 e지원에서 최초 보고된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수정·보완 지시가 있었고, 이를 수행한 뒤 최종본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착오로 보고가 누락됐을 가능성이다.
 
이랬을 경우 대화록 최종본은 정권을 이양하기 위한 청와대 e지원 초기화 작업이 실시됐을 당시 노 전 대통령의 결재가 되지 않아 이관 대상 기록물에서 제외돼 삭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대화록 초본은 참여정부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밝혔듯 수정·보완 작업으로 최종본이 만들어지자 중복 문제가 발생해 문건의 기본 정보만 담긴 표제부가 삭제됐고, 남아 있던 내용은 이관 대상 기록물로 분류되지 않아 청와대 e지원 초기화 작업 때 최종본과 함께 지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최종본은 기술적인 또는 실무적인 누락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7일 주장했다.
 
전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기록물 이관을 하면서 2008년 1월까지 e지원에 게재된 문서는 자동으로 이관됐다"면서 "그런데 조명균 전 비서관이 2월 14일 e지원에 메모 형식으로 보고했다. 이 때는 자동으로 이관되는 게 아니라 문서로 프린트를 해서 이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월 14일 e지원에 보고된 문서는 기술적·실무적으로 누락이 가능하다는 개연성이 많다. 기술적인 문제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 e지원 초기화 작업 이후 대화록 최종본을 보고했는데 착오로 누락돼 이관되지 않고 지워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참여정부 대화록 고의 삭제 잠정 결론의 문제점은?
 
이와 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로 간주, 고의 삭제로 잠정 결론짓고 최종 수사 결과를 이르면 이번 주말쯤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이 초본에 대한 수정·보완 지시를 내려 이 과정에서 대통령기록물이 삭제됐고, 실무자의 착오로 누락돼 지워진 것으로 보이는 최종본 역시 미이관돼 지워졌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측은 초본은 이를 수정한 최종본 생성으로 이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당연하며, 초본도 표제부만 삭제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최종본이 청와대 e지원에서 지워진 것은 단순 실수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참여정부가 반발하고 있지만 "아마 검찰은 대통령기록물 위반이라고 끝까지 고집하거나 주장할 가능성이 많다"는 전해철 의원의 말대로 검찰의 최종 발표는 고의 삭제가 될 공산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엔 대화록 무단 공개로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인 남재준 국정원장과 이번에 처벌될 참여정부 인사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국정원과 e지원의 대화록은 같은 내용인데 남 원장은 지난 6월 비밀문서인 대화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전격 공개, 세간에 파문을 일으켰다.
 
검찰이 이번에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로 간주해 참여정부 인사를 처벌한다면 남재준 원장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대화록 무단 유출 문제로 서면조사를 벌이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문재인 의원을 비교하면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참고인에 불과한 문 의원은 굳이 소환한 것에 비해 피고발인인 김 의원은 서면조사를 실시해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는 탓이다.
 
대화록 고의 삭제 결론을 내려 참여정부 실무자를 처벌함으로써 마치 문 의원에게 죄가 있는 것처럼 망신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사들이 e지원 기록물에 대해 충분한 이해가 없어 충분히 설명했고 제대로 이해했을 것으로 본다"며 "오해가 풀렸을 것"이라는 문 의원의 기대가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로 충족될 수 있을지 향후 전개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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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